한나라당이 또 다시 사고를 쳤다. 전국이 '물 폭탄'으로 시름에 잠겨 있을 즈음 한나라당 경기도당 홍문종 위원장 등 간부들이 집중호우 피해지역에서 골프를 친 후 술판을 벌인 데 이어 고급 골프텔에서 묵은 사실이 밝혀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수마에 맞서 생사를 다투던 수해지역 주민들의 처절한 몸부림은 이들의 안중에는 아예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바로 그 옆에서 지역 사업가들과 한가롭게 라운딩을 할 수 있었을까.

'수재민 고통은 나와는 별개'라는 인식.

공당(公黨)의 고위 간부들의 인식이 이런 지경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이보다 이틀전 '한나라당 중앙당 차원에서 내려진 '골프 자제령'이 이들에겐 의례적인 수사(修辭)정도로만 들렸던 것 같다. 한나라당의 운영 체계를 따지기에 앞서 정치인들의 기본적인 양심이나 자질의 정도를 의심케 한다. 자연재해로 전국의 어느 한곳이 무너져 내려도 나와는 무관하다는 이들의 도덕적 해이 현상은 그간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왔다.

우리의 정치 생리 및 환경이 어떻게 돼 있기에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가. 정치인들이 정치인답지 못한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공자의 정명론(正名論)은 정치권에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다. '군주는 군주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臣臣父父子子)'는 논리는 궁극적으로는 다원적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본에 충실한 각 분야의 역할론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인은 모름지기 민생을 살리는 데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 소임에 걸맞은 정치를 펼칠 때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감동정치'를 강조하면서도 이와는 상반된 행태를 보인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최근 한나라당에 유독 여론의 화살이 몰리는 까닭은 뭔가. 한나라당으로서는 조금이라도 억울해 할 일이 아니다. 수해기간 중 골프 파문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탓이다. 관할 주민과 공무원들이 수해복구를 하느라 밤낮을 잊고 있는 사이 어느 단체장은 성인클럽에서 음주가무에 놀아났고, 또 다른 단체장은 휴가를 떠났다. 어떤 고위당직자는 세(勢)과시라는 하려는 듯 많은 당직자 및 당원들을 이끌고 등산을 하기도 했다. 한결같이 한나라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수해지역 주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5·31지방선거에서 그토록 한나라당에 몰표를 준지가 얼마나 됐다고 이럴 수가 있는가. 초심을 버린 데 대한 주민의 허탈감을 알만하다. 물론 한나라당 지도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조치를 하겠다고 하지만 그 걸로 모든 게 면책되는 게 아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발언을 한 것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한나라당 '진정성'은 있나.

한나라당의 '진정성'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5·31지방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전국을 싹쓸이 한 후 오만과 자만심에 빠져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한나라당에서도 치열한 반성과 더불어 이를 극복할 만한 이미지 창출에 고심할 만도 한데 국민의 눈높이에선 그렇지 못하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다 뒤집혀 감옥에 간다"고 협박을 하는 한나라당의 모습 속에서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집권 야당'이라며 우쭐대다 보니 국민을 졸(卒)로 보는 심산이 무의식중에 표출된 게 아닌지 모르겠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 이기고도 막상 본선인 대통령 선거에서 참패한 전례를 곱씹지 못한다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 우리 민심은 요즘 홍수처럼 한쪽으로 몽땅 쏠리는 집단성을 지닌다. 민심의 소재를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다. 집권여당이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는 이유를 조금만? 살펴봐도 수권 정당을 달성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결국 야당다운? 정체성을 찾는 게 관건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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