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감동 뒤범벅 '한솥밥' 出家 생활

7년차 애기스님과 용감무쌍 젊은 스님 그리고 폭력의 큰스님 세 사람이 나와 관객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영화 '동승'.

기상천외한 웃음과 감동이 어울어진 영화 '동승'은 깊은 산속 고요하고 평화로운 산사. 세 총각 스님들이 합숙을 하면서 시끌벅적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시나리오 작업하는 데만 3년이 걸렸고 영화를 찍는데도 4년이란 세월을 투자한 영화. 그래서인지 곳곳에서 애기스님의 나이차가 나는 것을 주의 깊게 보지 않더라도 느끼게 된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경치좋은 곳을 누비며 찍은 영화인지라 화면만큼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못잖은 산사의 사계절을 감상할 수 있다.

산자락을 등에 두른 고적한 산사. 지는 해를 따라 잠들고 새 소리에 깨어나는 이곳에 바람결 같은 웃음을 지닌 애기스님이 한 분 계신다. 큰스님 말씀에 얌전히 고개 숙이고, 부처님 안전에서 합장하며 그럴듯하게 목탁도 두드리는 의젓한 스님이지만 물긷는 고사리 손이 안쓰럽고 산길을 걷는 종종걸음이 애처로운 어린 아이. '동승'은 그 애기스님의 자그마한 등과, 그 등에 걸린 슬픈 생의 업까지 토닥토닥 쓸어주는 영화다.

'동승'은 유년을 미화하지 않고 담담히 비춘다. 성장통을 겪으며 유년을 통과하는 애기 스님은 스님이라기보다는 아이다. 눈이 맑지만 그 마음에는 '바위가 들어앉은' 우리의 어린 시절이다.

이 영화는 불경을 가르치는 불교 영화가 아니다. 스님의 고뇌에서 너무나도 약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는, 우리 모두의 성장 영화다. 애기스님이 간절히 그리워하는 엄마는 현대인들이 잊고 있는 근원적인 삶의 목적이며, 그것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종교 교리를 연마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며 완전한 것이 아니라 팍팍한 현실을 헤쳐 나가고 삶과 부대끼며 체득하는 구체적이고 흠집이 많고 아픈 경험이다. 그래서 스님들은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산사를 뜬다. 정심은 불사른 손가락을 동여매고, 도념은 작은 바랑을 걸머지고 길을 나선다.

얼추 내용만으로 보면 심각한 줄거리일 것 같지만 보는 이에겐 밝고 따뜻한 감동을 자아내게 만든다. 비극적인 것 같으면서도 희극적이고, 희극적일 것 같으면서도 비극적인 영화 '동승'.

메가폰을 잡은 주경중 감독이 기획, 각본, 제작까지 1인 4역을 했으며 도념 역에는 김태진, 정심 역에는 김민교, 큰스님 역에는 오영수가 출연했다.

총 러닝타임 99분, 연소자도 관람이 가능하다.

직장일을 끝내고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보면서 젊은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영화 '동승'이 흥행 면에서 성공작이 되길 영화팬의 한 사람으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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