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전역 광장이 연일 눈물바람에 젖어 마를 겨를이 없다고 한다. 물론 이는 과장된 표현이지만 오늘의 선거 세태를 직설적으로 꼬집는 사례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각 정당이 지방선거 유세 과정에서 이 일대에 모인 청중들을 번갈아 가며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격에 유권자들을 울고 웃기는 정치인들의 탁월한 능력만은 높이 평가해야 할 판이다.

지난 25일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대전역 광장에서 박근혜 대표의 피습 사건 이후 근황과 더불어 비명에 숨진 그의 부모는 물론 남동생의 처지까지 울먹이면서 소개하자 눈물을 훔치는 청중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26일엔 국민중심당 구청 후보가 "충청도는 어디로 갔나, 왜 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야 하냐"는 연사들의 외침 속에서 삭발식을 가져 이 일대가 잠시나마 눈물바다를 이루기도 했다. 한편의 드라마틱한 소재로 '억지 춘향이식' 눈물을 짜내는 수법에 감탄할 뿐이다.

'선거는 탄환과 같다'고 했던가.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후보자마다 입술이 바짝 바짝 타들어 갈만큼 절박한 심정에 빠질 법하다. 벌써부터 막판 선거 정국이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요동치고 있다. 한 지역의 축제로 승화돼야 할 지방선거가 오히려 갈등과 증오의 상승작용을 부채질하고 있기에 그렇다. 풋풋한 인간미가 넘치는 감동을 주는 정치, 그건 도통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다. 그게 바로 또 다른 아픔으로 다가서는 이 시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정책선거를 통해 주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당초 다짐이 날로 퇴색된 대신 헐뜯기나 감성으로만 접근하는 자세가 한심스럽다. 근거 없는 주장, 선동정치의 전형을 보는 것만 같다. 급기야는 선거 폭력시비까지 꼬리를 물고 있다는 건 그 동기나 이유를 막론하고 불행한 일이다. 선거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러고서야 어찌 지방자치 역량을 쌓아왔다고 자부할 텐가. 지식정보화시대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비이성적인 선거행태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지방선거는 결국 이렇게 끝나고 말아야 하는 것일까. 그간 전개돼온 지방선거 정국을 보면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했다. 시작도 끝도 없을 것만 같았던 찝찝한 하루하루였다. 지방선거에 중앙정치판의 입김만이 설친 탓이다. 지방의 가치를 존중하기 보다는 공천 헌금으로 배를 불리다 쇠고랑을 차는 사이비 정치인이 어디 한둘인가. 정당 마다 지지자들을 정당의 깃발 아래 일렬로 줄 세우기에 바쁘다. 정당민주화나 지방자치의 본질이야 망가지건 말건 오직 승리만을 염두에 둔 정당, 후보자들의 행태를 봐야만 하는 유권자들의 심정도 그리 편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피습사건 이후 대전이 여야의 최대격전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지방선거를 대선의 전초전으로 치르려는 정당의 인식 속에선 지방은 설 땅이 없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으로선 전국 선거 판세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선전하고 있는 대전시장 후보를 수성하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제 1야당인 한나라당 역시 박 대표 피습사건 이후 대전시장 선거판세가 혼전세로 전환됐다는 판단아래 이를 역전시키는 데 올인하고 있다. 지역정당인 국민중심당도 지역사수에 정당의 사활을 걸고 있는 형국 속에 민노당 또한 서민정당을 표방하며 추격하고 있다.

전국이 충청권을 주시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유권자들이 정신을 차리는 수밖에 없다. "그 놈이 그놈일 터인데 무슨 투표를 해야 하나."라든가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투표할 텐데."라는 자세는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만을 조장할 뿐이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이루려면 주민들도 방관자나 국외자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선거에 대한 최종 심판자 역할은 그래도 유권자들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신성한 주권은 유권자 스스로 지켜야 더욱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이제 유권자에 의한 선거혁명을 이룰 때도 됐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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