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주 시인 인내의 미학 '숲길에서' 펴내

현대문명의 모순을 투명한 봄의 이미지로 어루만져 온 이돈주(대덕중 국어 교사)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

신작 시집 '숲길에서'(분지·7000원)엔 봄의 생성에 대한 참신한 이미지로 삶을 형상화해 온 시인의 세계가 잘 드러나 있다.

그의 시에 나타난 봄의 투명성은 '봄'이라는 계절적 이미지가 새로움, 시작, 새 생명, 꿈 등과 결합해 그 정당성을 획득, 봄의 생성에 대한 단초를 마련하고 있다.

또 이 투명성은 형식에 있어서 간결하고 정제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같은 시의 정제된 아름다움은 복잡하고 산만한 현실의 모습을 정화해 독자로 하여금 그의 시를 재차 음미하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의 시에는 또 인내와 기다림의 미학이 있다.
"눈 내리는 길/ 종종걸음/ 내리며 쌓이는 길로/ 발자국 지우는 눈발 가까이" ('겨울눈' 중에서) 다가서고자 하는 시적 자아의 간절함은 그 기다림의 대상인 눈이 "오겠지/ 분명 오겠지"라는 확신을 낳는다.

일상의 권태가 기다림의 미학을 통해 어떤 새로운 것을 획득함으로써 극복되는 순간이다.

봄과 기다림. 이돈주 시인의 세계를 아우르는 이 커다란 두 흐름은 분명 현실의 모순에 대한 시각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인내의 미학을 통해 생명의 생성과 재생이라는 희망을 심어 주고 있다. 

"치솟는 꿈 속에/ 바람 실은 아지랑이/ 그 나무에도 봄은 온다"('그 나무' 중에서). 어떤 어려움과 고난이 몰아닥쳐도 반드시 봄은 오고야 만다는 작은 진리가 새삼 살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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