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서비스도 축구실력도 최고

"본부장님, 패스해 주세요!", "김 과장 빨리 달려…."

지난 주말, 오전에 내린 가랑비로 땅바닥이 흥건하게 젖은 충남대학교 종합운동장엔 중년의 사내들이 내뿜는 땀과 열기가 가득했다.

봄을 시샘하며 찾아든 매서운 바람도 이들의 숨가뿐 몸놀림과 뜨거운 정열을 막을 수는 없었다.

국내 리딩뱅크인 국민은행 직원들은 축구 실력도 타 은행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듯 놀라운 체력과 스피드를 자랑하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충청지역본부와 관내 69개 영업점 직원 128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국민은행 충청축구동호회(회장 전운선)는 탄탄한 조직력으로 똘똘 뭉친 축구 마니아들의 모임이다.

1990년 20여명의 직원들로 출범한 국민은행 한밭축구회는 지난해 주택은행과의 합병 후 충청축구동호회로 이름을 바꾸며 양 은행간의 벽을 둥근 축구공으로 허물었다.

한때 실업축구의 양강으로 자웅을 겨룬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직원들은 은행업무 외에도 축구로 인한 강한 라이벌 의식이 내재해 있었으나 이들은 함께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스스럼없이 한가족이 됐다.

대전·공주·서산·예산·부여·천안·홍성·청주·충주·제천 등 충청권 전역에서 모인 이들은 한 주일간의 스트레스를 축구를 통해 날려 버리고 새로운 활력을 충전한다.

전 회장은 "발을 이용한 가장 원시적인 스포츠인 축구는 모든 남성들을 하나로 묶는 끈이 된다"며 "사무실을 떠나 넥타이를 풀고 운동복에 축구화를 신고 신나게 그라운드를 달릴 때면 모두가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한껏 즐거움을 만끽한다"고 말했다.

주 5일 근무로 한층 여유롭게 축구를 즐길 수 있게 된 이들에겐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황금 같은 주말'이다.

가족들의 응원에 멋진 발재간으로 화답하며 운동장을 달리다 보면 마음은 어느새 학창 시절로 돌아가 있고 운동을 끝내고 목욕탕으로 직행해 모든 걸 훌훌 벗고 몸을 부비다 보면 선후배간의 벽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지난 90년대 중반까지 구 충청은행·구 상업은행·신한은행 축구동호회 등과 친선경기를 통해 실력을 겨뤘다는 전 회장은 "IMF 외환위기로 은행권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축구 교류전의 명맥이 끊어졌다. 언제라도 다른 팀들의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단지 축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뭉친 이들은 끈끈한 그 무언가로 하나가 돼 있다.

고문을 맡고 있는 송만수 충청지역본부장은 "사무실을 벗어나 탁 트인 운동장에서 함께 공을 차며 건강을 다지고 조직의 응집력과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어 좋고 주민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돼 은행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며 축구 예찬론을 멈추지 않았다.

30∼40대가 주축인 동호회에서 송 본부장은 빼놓을 수 없는 50대 스타플레이어로서 검도, 국궁, 태권도, 합기도? 등을 섭렵한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에겐 축구에 관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지난 68년 입사한 그가 사내 노조 축구대회에서 맹활약하자 그의 출중한 축구실력에 반한 은행 축구팀 관계자들이 그를 스카웃해 1년간 은행창구를 떠나 정식 축구선수로 활약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송 본부장은 1년간의 외도(?)에 대해 남다른 추억을 되새기며 아직도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프로축구가 본격 출범한 83년 국민은행이 슈퍼리그(현재 K리그)에 참가하는 데 산파역을 담당하기도 한 송 본부장은 "젊은 후배들과 함께 축구를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쁘다"며 "누구나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축구는 빡빡한 은행업무로 지친 직원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에는 축구뿐 아니라 볼링·등산·테니스·마라톤 동호회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송 본부장은 "지난해 6월 전국을 뜨겁게 달구던 월드컵의 열기가 프로축구의 인기로 이어졌고 조기축구와 직장인 축구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며 "생활체육의 활성화와 직원들의 건강 증진, 그리고 은행조직의 팀워크 제고를 위해 축구동호회 모임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충청축구동호회
▲고문=송만수 (충청지역본부장), 김종면(대천지점장)
▲회장=전운선 (충청지역본부 차장)
▲부회장=송기영(대전영업지원센터 과장)
▲감독=박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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