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위열 나사렛대 총장

며칠 전 기사를 통해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내용의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그간 종종 일어났던 주한미군의 음주운전 사고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지 모른다.

1989년 학교 앞 도로에서 음주 운전자가 인도를 덮쳐 교직원과 학생 등 6명을 치어 그 중 학생 한명이 즉사한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총장이었던 필자는 현장으로 즉시 가 조치 상황을 점검해 보니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와 경찰 등 사고 관계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었다. 조사 경찰관에게 음주운전 여부를 측정했냐고 물으니 어이 없게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 후 그 운전자가 다른 지역의 고급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는 운전자가 다 알아서 보상 등 사고 처리를 할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매우 화가 났다. 음주운전을 하며 자신의 인생도 책임지지 못 하는 운전자가 어떻게 다 알아서 한다는 말인가? 나중에 사고 가해자가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었고, 사고 때 마다 심한 부상자가 나왔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알게 됐다. 결국 이 습관성 음주운전자는 장래가 촉망되는 한 젊은이를 죽이고도 여전히 도로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의 나라라고 알려져 있는 미국이지만 술에 관한한 한국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제약과 엄한 법적 책임이 따른다. 각종 경기장은 물론이거니와 야유회 등 옥외에서는 음주가 절대 금지된다. 술 판매는 주 정부나 시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며 슈퍼마켓 등 일반 가게에서는 술을 취급하지 못한다. 허가받은 가게 또한 일요일에는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은 퇴근해 곧바로 헬스클럽에 들르거나 조깅을 하면서 건강을 다진다.

남자들끼리, 동료들끼리 어울리며 2, 3차를 하는 경우는 찾아 보기 힘들며 야간 술자리 모임은 부부 동반이 상식이다.

이렇게 엄하게 술 판매와 음주에 대해 통제하지만 미국사회 역시 음주운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교통사고 중 절반 가량이 음주운전 사고라 한다. 급기야 어머니들이 주축이 돼 취중 운전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어머니들이 주축이 돼 결성된 'Mothers Again Drunk Driving'(MADD)가 음주운전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단체이다. 이 단체에 속한 어머니들은 단순히 음주음전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음주운전자들을 중범으로 간주하고 이들에 대한 강력한 법 제정에 앞장서고 있다.

어머니들의 모임은 술과 관련한 모든 법에 간여하고 심지어 술을 마시고 사고를 낸 경우 운전자가 법망을 피해나가지 못하도록 감시단을 파견해 법정 최고형에 처하도록 법집행 과정을 감시하기도 한다. 단속과 처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주 정부와 검찰 등 관련 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음주운전 단속시에는 피켓을 들고 음주운전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남녀노소, 시간, 장소, 양을 가리지 않고 술을 살 수 있으며 맘껏 취하며 기분을 내는 한국인의 음주 습관은 한국을 음주 천국으로 만들었다. 수입 양주를 맘껏 먹고 비틀거리며 동료의 부축을 받는 모습은 흔한 모습이다. 고위 공무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 역시 주량을 뽐내며 대낮에도 폭탄주를 돌리기도 한다. 서로 2차, 3차 술자리를 권하며 특정인이 사겠다고 선언한다. 중간에 빠지면 낙오자로 취급받기도 한다.

이제 술 권하는 음주문화로부터 탈피하고 그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술을 통해 인간관계를 맺고 사업을 추진하며 고민을 해결하는 타성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술만이 인간관계 유지와 사업 추진, 고민을 해결하는 도구가 절대 아니다. 술이 동료의식을 맺어주며 문제를 해결해 주는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나약하며 의존적인 사고 방식이다.

이제 한국 사회도 술에 얽매여 술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보다는 이러한 타성과 습관에 당당히 맞설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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