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호석

우리 나라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관심은 사건이 발생할 당시에만 냄비 끓듯이 끓어올랐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는 후진적 현상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을 가슴에 새겨 이런 연결 고리를 끊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더불어 보도 태도를 짚어봤으면 한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뇌졸중으로 인해 뇌병변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으로 주변 사람들의 진술에 따라 정신질환자로 보도됐으나, 정신질환에 대한 어떠한 의료적 판단도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보도는 장애나 정신질환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 주는 역할을 하게 돼, 그렇지 않아도 사회적 무관심으로 어려운 이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범죄 발생률이 비장애인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장애인의 범죄 발생률 역시 낮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의 장애인은 100명당 3.09명으로 2000년 기준으로 145만명이며,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는 인구의 10% 정도를 장애인으로 보고 있어 이에 따르면 450만명 정도가 된다. 또한 장애의 89% 이상이 후천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어, 우리가 장애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참사에 대해 누구나 가슴 아파하고 내 일처럼 생각하는 이유도 근본적으로는 불행을 당한 분들에 대한 애도에서 비롯됐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우리 사회는 아직도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장애인, 노인, 불우청소년, 소외계층 등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를 자행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고 점진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으나, 이번처럼 한 개인의 그릇된 행위에 대해 장애를 부각시켜 보도함으로써, 장애인들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국민들에게 편견을 남길 가능성이 있다.

우리 국민들이 이러한 보도로 인해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편견이 가중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을 하지만, 장애와 정신질환을 무의식적으로 부각시킨 보도 행태는 반성해야 한다. 이에 대한 정정을 바라며, 우리 모두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촉구한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을 애도하며,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부상당한 분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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