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래 공주대 교수

최근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모 인기 개그우먼이 남편으로부터 야구방망이로 심한 구타를 당해 중상을 입고 입원한 사건이 있었다.

또 얼마 전에 방영된 모 범죄수사 프로그램 중에는 돈을 뺏기 위해 피해자를 납치하고 토막 살해하면서 승리의 V자를 그리며 웃음짓는 충격적인 화면이 공개됐다.

어디 그뿐이랴. 한 어이없는 정신병자의 방화로 야기된 대구 지하철 참사현장에 대한 소식은 국민들을 매우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혼란스러운 행위를 하는 인간 본연의 심성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그것은 부부싸움을 하고 남편이 아내에게 폭력을 했다거나, 돈을 뺏기 위해 피해자를 살해했다거나 또는 방화를 한 행위 자체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어떠한 경우라도 위의 사건이 정당화될 수는 결코 없다.

부부싸움은 어느 가정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있을 수도 있는 삶의 한 과정이다.
그리고 황금만능주의 시대에 돈을 얻기 위해 사람을 살해하는 사건 또한 요즘의 지구환경에서는 그리 큰 뉴스는 되지 못한다.

그리고 홧김에 방화했다는 뉴스도 이미 불감증이 된 듯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인기 개그우먼의 남편 폭력사건이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은 그 인기 개그우먼의 부부 사이가 평소 시청자들에게 금슬이 좋았다는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일 것이다.

즉 평소에 특유의 입담으로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부부가 같이 TV에 출현해 남들에게 자랑이라도 하듯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몸서리쳐질 정도로 무서움이 느껴지는 것은 도대체 이성을 가진 인간이 어떻게 살해한 피의자를 토막내면서 웃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혼자 죽기 싫어 불특정다수를 겨냥해 밀폐된 지하철에서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이는 행위를 하는 인간의 정신세계, 그 악의 뿌리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그 악의 혼령에 빠진 인간도, 아이들에겐 다정한 아빠일 수도 있고, 한사람의 다정한 연인도 될 수 있다.

옛말에 열길 물속 깊이는 알아도 한길 사람의 마음 속은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인간들은 그 내면에 선과 악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인간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선과 악은 외부환경의 조건에 따라 그 어느 한쪽이 반대쪽의 기능을 억누르고 커 나갈 수 있다고 한다.

현대의 자본주위 경쟁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황금을 좇아 죽는 일 빼고는 뭐든 다 할 정도로 돈벌이 경쟁이 심하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경쟁사회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오는 절망감 때문에 현실에서 도피해 무절제한 쾌락에 빠져든다고 한다.

그리고 노력에 의한 생산적인 대가보다는 복권이나, 투기 등 물질만능의식이 팽배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그 결과 기존의 가치관이 무너지고 개인주의가 심화돼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급증하게 된다. 사람을 좋아하기보다는 이기심 없고,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발생하고 있는 인명을 경시하는 흉악한 범죄행위는 인간성 상실로부터 오는 현상이며, 이러한 인간성 상실은 결국 주변 환경 파괴행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금슬이 좋은 부부를 원앙부부라고 한다.

전통 혼례식에 한 쌍의 목각 기러기(원앙)를 놓아 두는 의미도 원앙처럼 다정하게 살아 달라는 뜻이다.

그러나 주변 환경이 좋고 서식공간이 넓으며, 먹이도 풍부하면 한 쌍의 원앙은 다정하게 살아가지만, 사육실처럼 서식장소가 좁고 먹이도 부족하며, 환경이 열악하면 수컷 원앙은 다른 둥지의 암컷을 겁탈하기 위해 아주 포악하게 강제추행을 하는 등 사생활이 매우 난잡한 행동을 보여 준다.

평소의 안전 불감증이 이번 대구 지하철 참사를 불러 왔듯이 환경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불감증도 먼 훗날 큰 환경재앙으로 되돌아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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