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본사 회장

세상이 온통 뒤죽박죽이 되는 것 같다. 심지어 생태계까지.

봄이 와도 강남갔던 제비가 날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가을이 돼도 제비 중에는 강남으로 날아가지 않는 게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제비뿐 아니라 뻐꾸기, 뜸부기 같은 여름 철새나 기러기 같은 겨울 철새가 떠날 철이 돼도 떠나질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너무 많이 먹고 살이 쪄서 수만리 멀고 먼 여행을 할 수 없는 것도 있고, 독성이 강한 먹이 또는 공해로 심하게 오염돼 날아가지 못하는 철새도 있는데 이들은 결국 '철새'의 신분에서 '텃새'가 돼 버린다고 한다.

지난 13일 대전에서 있은 자민련의 발전쇄신을 위한 특별 토론회를 보면서 철이 돼도 날아갈 줄 모르는 철새를 보는 기분이다.

수만리 험한 기류를 극복하며 태평양을 건너야 하는데 날지 못하고 퍼득이다 마는 제비, 뜸부기, 기러기의 모습.

자민련은 우리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정치구심 역할을 해 왔다. 거기에는 항상 JP가 중심에 있었다. 그런데 JP는 충청인의 마음에서 애증을 교차하며 역사의 강 속으로 멀리 흘러가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는 대통령후보조차 못내는 당이 됐고, 선거의 와중에서 소속 국회의원들마저 4명이나 당을 떠나 버렸다. 그리고 잇단 패배가 계속됐다. 충북지사도 한나라당으로 갔고, 이제 남은 광역단체장은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 혼자뿐이다.

자민련이라는 새가 하늘을 날지 못하는 가장 큰 병은 DJP공조로 인한 정체성 상실일 것이다. 도대체 짧은 기간 김대중 정부 밑에서 '공동정부'라는 이름으로 자민련이 무엇을 얻었는가. 오히려 정체성을 잃음으로써 오늘의 허약한 새, 날지 못하는 새가 되는 길을 재촉했다.

그래서 지난 13일의 토론회에서 당의 정체성을 찾자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 아닐까? 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서는 JP와 IJ(이인제 의원)의 퇴진을 요구하는 발언까지 거침없이 나왔다고 한다. 사실 IJ가 자민련의 정서를 이끌기에는 거부감이 많은 것 같고 JP 역시 '이제는 40년 정치활동'을 마감하고 후진을 위해 마지막 찬란한 역할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더욱이 '김영삼의 시대'도 끝났고, '김대중의 시대'도 오늘로써 끝난다. 그런데 지난 40여년 동안 이 땅의 정치를 주물러 온 3김 정치의 마지막 남은 JP가 어떡해야 하겠는가.

이제 '주식회사 JP'로는 시장에서의 경쟁성을 찾기 힘들 것 같다. 그것이 자연법칙이고 순리다.

그런데도 JP는 다음 총선때까지는 그대로 버텨 갈 것 같다. 심지어 그는 내년 총선에서 '자민련은 죽지 않고 일어 설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내년 총선때까지는 물러나지 않을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사실 80을 바라보는 노정객(老政客)의 눈에는 자신의 뒤를 이을 사람들이 아직 미숙하다고 생각할는지 모른다. 심지어 지금 당내에서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에게 당을 맡겨야 한다는 소리까지도 그렇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막상 맡기면 잘 나가는 게 조직의 특성이다. 선배는 후배를, 아버지는 자식을 늘 어리게 보지만 자식이 아버지보다, 후배가 선배보다 훨씬 잘 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다. 지금 충청권의 많은 사람들은 이회창을 찍은 사람이나 노무현을 찍은 사람이나 정치적으로 왠지 허전해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정 자민련이 다시 일어서려면 정리할 것은 정리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그것이 JP의 마지막 역할이다. 때가 돼도 하늘을 날지 못하는 새는 새가 아니다.

우리 지역과 연을 맺고 있는 자민련이기에 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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