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윤석 대전평화방송 사장

지난 18일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에서 한 정신이상자가 전동차에 휘발유로 불을 질러 사망자 130여명, 부상자 140여명, 실종자 320여명이란 참사를 낳았다.

이에 따라 25일 열릴 예정인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도 간소화하기로 했고, 대구광역시는 19일부터 23일까지의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각국 정상들이 조의 전문을 보내 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깊은 애도를 표하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이번 참사로 많은 이들이 크나큰 아픔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 사고를 통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첫째,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전동차의 내장재가 모두 불에 잘 타고 유독가스를 뿜어내는 재료였다니 그 가스에 질식사할 수밖에 없었다. 좁은 공간에 배연시설과 소화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피해가 컸다. 의자 바닥재, 벽면을 모두 불연재로 바꿔야 한다. 하루 650만명이 타고 다니는 지하철이다. 뒤늦게나마 모든 지하철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시설 전반에 걸쳐 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정부 차원에서 가칭 국가교통안전위원회를 만들어 안전을 전담하겠다니 다행한 일이다.

둘째, 이번 참사는 인명 존중보다는 경제적 요인을 우선시해서 발생했다고 생각된다. 전동차 안전기준을 만든 것은 1998년이고, 이 전동차는 1997년에 제작됐다 한다. 그러니 안전기준이 적용됐을 리 없다. 이 전동차의 내부 재료 가운데는 미국, 유럽 등에서는 위험해 쓰지 않는 소재도 많다. 국내 전동차 제작업체는 선진국에 납품할 때에는 불연재료를 수입해 장착하고, 국내 납품용은 국내 기준에 맞는 저급 국산 난연재를 쓴다고 한다. 인명 중시 풍조가 요구된다.

셋째, 우리는 언제나 '한마음 한몸'이어야 산다. 특히 대중교통시설은 불의의 사고 발생시 모두가 함께 하나가 돼야 다같이 살아남을 수 있다. 전동차에 불을 지른 김모(57)씨는 "정상인을 보면 미웠으며, 지하철에 불을 내면 같이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 죽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죽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한다. 분명 정상인이 아니다. 모든 대형사고는 '한마음'이 아닌 데서 일어나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한몸'과 같이 몰살해 버린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부 이혼의 원인은 세계평화나 남북통일 같은 거창한 것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소변 보고 나서 변기 뚜껑을 세워 놓았네 어쨌네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넷째, 죽음은 항상 내 곁에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참사를 당한 분들도 정말 이런 청천벽력과 같은 일을 당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죽음은 이처럼 뜻하지 아니한 때 찾아온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숱한 고비를 요리조리 피해서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죽음에 대해서도 가끔 묵상해야 한다. 죽음 저편의 세상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죽음 이후의 영원한 삶까지도 챙기는 것이 바로 종교다. 죽음을 챙기는 것은 결국 나의 앞길을 챙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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