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북부본부 취재부장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하는 믿음이나 방심의 결과로 크게 낭패를 보는 일이 종종 있다.

멀쩡하다고 믿고 싶었던 다리나 백화점이 결국 무너져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또 지하철 공사현장의 가스폭발과 지하철 방화사건이 그러했다.

교량의 일부 상판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등 이상징후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설마 무너지기야 하겠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94년 성수대교는 붕괴됐고, 무고한 시민 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성수대교가 붕괴된 후 모든 교량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일부 교량은 통행을 제한하기도 했고, 치명적인 하자가 발견된 교량은 철거하고 재가설하기도 했다. 또 이후 모든 교량은 등급을 매겨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붕괴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도 마찬가지다.

당시 무리하게 공사를 하면서 균열이 생기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등 붕괴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됐다.그러나 백화점측은 설마 백화점 건물이 무너지겠냐는 식으로 공사를 강행했으며,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결국 백화점은 지난 95년 무너져 502명이 목숨을 잃은 대형참사로 이어지고 말았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이후에는 노후 아파트, 상가 등 각종 건축물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점검이 이뤄졌고 많은 건물이 철거되기도 했다.

또 지난 95년에는 대구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해 아무것도 모르고 출근 또는 등교하던 100여명의 무고한 학생과 시민이 희생됐다.

작업을 하던 중장비가 조금만 주의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고로 인해 고귀한 생명을 잃고 엄청난 재산피해까지 발생했다. 이 또한 설마가 부른 참사였다.

이번에 발생한 지하철 방화사건도 마찬가지다. 방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하철이 화재에 너무나 취약했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화재에 제대로 대비했다면 이처럼 대형사건으로 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적인 테러도 아닌 한 시민이 4ℓ의 인화물질을 이용한 방화로 120여명이 숨지고 140여명이 다쳤으며 200억원의 재산피해를 내는 대형사고로 번졌다는 점은 인재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점이다. 밀폐된 지하에서 수천명이 한꺼번에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화재 등 대형 사건·사고에 더욱 철저히 대비했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사고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인 유독가스 방지대책이 사전에 마련됐어야 했다. 그러나 전동차의 실내 장판과 천장은 섬유강화 플라스틱(FRP), 바닥은 염화비닐, 의자는 폴리우레탄폼, 기타 부품은 폴리에틸렌폼으로 구성돼 있는 등 불에 약한 소재가 많았던 것이 문제였다. 이들 제품이 화재 때 모두 유독가스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객차 내 화재진압장비는 객차당 2개씩 비치된 휴대용 소화기가 고작이다.

대형사고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튼튼하게 고쳐 더이상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해 왔다.

그러나 그 기대가 오래 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거의 매년 '설마…'하다 대형사고로 얼룩졌다.더이상 설마를 믿다가 낭패당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