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삶이 싫어졌다

"어느날 문득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
삶이란 무엇인가 숙명인가 선택인갇··
운명의 폭풍속에서 살기위한 몸부림이 숙명이라면,
폭풍속에서 버텨나갈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21일 개봉하는 '디 아워스'는 세 개의 시간, 세 개의 공간, 세 명의 여인들의 일생을 단 하루로 압축해 그려내고 있다.

세 여자는 1923, 1951, 2001년의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고 삶의 문제도 각각 다르지만 그들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고 또 번뇌한다는 부분에서 이상할 정도로 닮아 있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시대를 사는 여인들이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문득 자의식 붕괴에 빠지게 되는 부분까지.

영화는 이를 통해 세 여인의 삶이 '선택'이었는지, '숙명'이었는지를 되묻게 한다. 운명의 폭풍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숙명이라면, 그 폭풍 속에서 버텨 나갈 것인지는 분명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 여인의 삶을 통해 영화는 그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

'디 아워스'는 처음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고, 두 번째 이야기가 세 번째에, 그리고 마침내 세 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중심을 이루는 전개로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온 자신들의 소중한 시간들 속으로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한 명만으로 감탄하게 되는 최고의 배우 니콜 키드먼, 메릴 스트립, 줄리안 무어 등 3명이 총출동해 벌이는 명연기 대결도 돋보인다.

니콜 키드먼 은 세기의 지성 '버지니아 울프'가 되기 위해 인공매부리코를 붙이고 긴 머리를 윤기 없는 회색 가발 아래 숨기는 것은 물론 수개월 동안 오른손 쓰는 법을 훈련했다고 한다.

줄리안 무어 도 임신 8개월의 몸으로 번민하는 젊은 주부에서 60대까지의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해 냈다.

특히 오스카상에 12번이나 노미네이트되고 2차례의 수상경력을 가진 매릴 스트립 역시 인생의 깊이를 토해내는 열연을 펼쳤다.

그래서 이 영화는 원작인 마이클 커닝햄의 'The Hours'을 능가하는 세련된 연출력을 선사하고 있다.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1923년 영국 리치몬드 교외의 어느 하루.

버지니아 울프는 오늘도 집필 중인 소설 '댈러웨이 부인'과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로 머릿 속이 가득하다.

그녀는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 레나드의 보호를 받으며 언니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저녁식사 시간을 얼마 앞둔 버지니아는 무작정 집을 뛰쳐나가 기차역으로 간다.

그러나 급하게 그녀를 쫓아온 남편과 팔짱을 끼고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

잠시 동안만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다는 사실을 털어 놓지 않은 채 기차표를 품안에 고이 간직하고서….

1951년 미국 LA의 어느 하루.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에 빠져있는 로라. 둘째를 임신한 채 세 살난 아들 리차드와 함께 남편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의 오늘은 어제와 다를 바 없이 평온하다. 오늘도 남편은 그녀를 깨우지 않기 위해 자신의 생일날 손수 아침을 차린다.

아들 리차드와 함께 남편의 생일 케이크를 만들던 로라는 갑자기 자신의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아들을 맡겨 놓은 채 무작정 집을 나선다.

호텔방에 누워 자살을 생각하던 그녀. 그러나 부랴부랴 남편과 아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와 케이크를 만든다.

둘째를 낳은 후엔 자신의 인생을 찾아 떠나겠노라 다짐하면서….

2001년 미국 뉴욕의 어느 하루.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출판 편집자 클라리사는 옛 애인이었던 리차드의 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엄마 로라에 대한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살아온 리차드는 지금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꽃도 사고 음식도 준비하고, 파티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클라리사는 리차드를 찾아가지만, 그는 그녀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클라리사가 보는 앞에서 5층 창 밖으로 뛰어내리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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