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선 개량사업으로 열차운행이 중단된 옛 장항역이 문화관광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한때는 장항항과 더불어 장항선 철도가 1930년 개통되고, 1936년에는 장항제련소가 설립되면서 근대도시로서의 활기찬 면모를 과시했다. 장항역은 2008년 장항화물역으로 역명 변경 이후 간이역으로 격하됐고, 2017년 9월부터는 모든 운송업무가 중단됐다. 이제 장항역이 한 시대를 마감하고 관광·문화·경제의 중심지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니 일단 반갑다. 지역발전과 도시재생의 성공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회색도시로 공동화된 이 일대를 어떻게 재생시키느냐는 문제는 장항지역의 최대 관심사였다. 장항역이 개통된 이래 오가는 사람들을 모으는 플랫폼 역할을 했듯이 앞으로도 문화예술콘텐츠를 융합한 새로운 지역재생 사업과 연계해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지역 명소로 가꿀 계획이라고 한다. 사람과 공간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연결하는 플랫폼에 방점이 찍혔다.

천혜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들이 한몫하고 있다. 노을 진 서해바다를 뒤에 두고 서 있는 옛 장항역 일대의 버려졌던 공장과 창고 등 일제 강점기 옛 건물, 유휴부지 그리고 바닷가 송림 등이 바로 그런 요소다. 옛 장항역 플랫폼 일대에서 예술캠프, 전시, 공연, 체험 등의 살아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삶의 체험을 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여유와 여가가 어우러진 윤택한 힐링 문화의 양식으로 받아들일만하다.

폐역사가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전남 곡성의 곡성역, 경북 문경의 불정역, 대구 동구의 반야월역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서천군이 그간 장항 일대에서 문화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하여 성과를 거뒀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1936년도에 건축된 근대문화유산 장항 미곡창고가 2012년 7월 공장미술제(선셋 페스티벌)를 계기로 공연과 작품전시, 체험까지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전시공간으로 거듭난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문화예술인과 외부 관광객 그리고 지역주민이라는 3주체가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유기적으로 교류·소통·공감하느냐가 과제다.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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