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 충남도 농림축산국장

지금 우리는 성(性)의 역할에 대한 구분이 무의미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필요한 곳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목격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농업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017년 충남의 농업인구를 보면 전체 농업인구는 28만 8800명이다. 이중 여성농업인은 14만 7100명으로 절반이상인 51%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력의 상징이 되어온 농어업현장에서 여성이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참여를 넘어 분야의 다양함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예, 낙농, 농산물가공 등 농외소득 분야에의 활발한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한 농가소득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제주체로 성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역개발과 사회활동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여성 농업인이 농업경쟁력과 농촌발전의 주체로 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 속에서 여성농업인의 지위는 여전히 미약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곳곳에서 지위와 평가에 대한 불평등이 노출되고 있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농어업인은 가사일의 대부분과 농사일을 병행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많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경제·사회적 지위를 인정받고 있느냐 하면 반드시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8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도 이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결과치가 나온다. 결과를 보면 여성농업인 스스로의 지위를 남성농업인보다 낮게 인식하는 비율은 81.1%나 됐다. 또 농촌의 교통·의료·문화·여가·교육에의 접근성도 열악해 기본적인 생활에도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의 개선을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충남도는 민선7기 복지 도정과 연계해 농촌복지 향상과 여성농업인 육성정책을 3농정책의 역점과제로 추진해 나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올해 1월 조직개편을 통해 농촌복지 및 여성농업인 전담팀을 만들어 미래 농업인력 육성을 위한 농촌복지 정책과 신규 사업 발굴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여성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발굴을 위해 여성농업인과 전문가와 함께 3농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여성농업인 복지 증진을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였고 방안을 모색했다.

여성농업인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여성농업인 육성을 위한 조례를 지난해 14개 시·군에서 제정했고 올해 당진시가 조례 제정을 앞두고 있다.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일도 추진하고 있다. 여성농업인 행복카드 지원 금액은 올해부터 1인당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했고, 여성농업인센터 7개소를 지원해 여성농업인의 고충상담 및 영육아 보육 등 여성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활동과 농촌정착을 돕고 있다. 충남도는 앞으로도 여성농업인과의 소통 및 정책 참여 기회를 높여나가 여성농업인 지위를 향상하고, 아울러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복지농촌 구현에 더욱 노력 할 계획이다.

여성농업인은 농업 농촌의 주체이다. 여성농업인이 살고 싶어 하는 농촌, 여성농업인이 행복한 농촌을 실현하는 것이 농업 농촌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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