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장 구출하다 순직한 김재현 기관사…동구청 올 7월 추도식
황 청장 "추모 분위기 확산·한국전쟁 의미 위해" 서신 발송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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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황인호 대전 동구청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보내는 서한문을 들고 있다. 대전 동구 제공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대전의 한 자치구가 6·25 한국전쟁 관련 추모행사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공식 초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관심이 모아진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 제안을 받아 들일지는 알 수 없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남북 평화 분위기가 확산하는 현 상황에서 눈에 띄는 이벤트임은 틀림없다. 

23일 대전 동구에 따르면 오는 7월 19일 한국전쟁 당시 포로로 잡힌 미 소장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김재현 기관사 등 한국철도기관사들의 추도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故) 김재현 기관사는 미 제24사단장 윌리엄 F. 딘(William Frishe Dean·1899~1981년) 소장 구출 작전을 수행한 인물로 유명하다. 김 기관사는 대전기관차사무소에서 일하던 1950년 7월 19일, 북한군에 포위된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에 자원했다. 살아 올 가망이 희박한 작전이었음에도 김 기관사는 미군 특공대 33명을 ‘미카 3-129호 증기기관차’에 태우고 옥천(이원역)에서 출발해 대전역에 도착했다.

적탄을 뚫고 대전역에 도착한 이들은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딘 소장을 찾지 못한 채 옥천역으로 후퇴하던 중 세천역 부근 터널에 매복해 있던 북한군에 집중 사격을 받았다. 북한군과 치열한 총격전을 벌이던 미군 33명 중에 32명이 전사했고, 김 기관사 역시 28살의 나이에 순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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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동광장에 설치된 고(故) 김재현 기관사와 황남호, 현재영 부기관사의 동상. 대전 동구 제공
김 기관사는 공로을 인정받아 1983년에 철도인 최초로 국립서울현충원 장교묘역에 안장됐다. 미 국방부에서도 한국인에게는 처음으로 2012년 특별공로훈장과 감사장을 추서 했다. 동구는 김 기관사와 당시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추도식을 열기로 했다.

추모 분위기 확산과 다수의 미국이 참전한 한국전쟁 의미를 되새기는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전격 초정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동구는 조만간 황인호 동구청장 명의로 백악관에 트럼프 대통령 초청 서신을 발송할 예정이다. 서신에는 한국전쟁에 당시 치열했던 대전지구 전투에서 활약한 딘 소장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동시에 딘 소장 구출작전에서 한국철도기관사들의 영웅적 이야기를 소개하며 추도식에 참여해 달라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호 동구청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는 것에 대해 “미국의 딘 소장을 구하기 위해 김 기관사를 비롯해 20대인 젊은 기관사들이 구출작전에 나섰다”며 “이런 사연을 알려주며 추도식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황 청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초청에 응할 것이란 기대보다는 김 기관사 등의 희생정신을 미국 정부도 높이 평가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황 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직접 참석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한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는 데 만약 한국에 방문하면 한국전쟁 당시 참전 미군의 주요 격전지인 대전도 찾아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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