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민 음악치유가

KBS 프로그램 중에 ‘동행’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질병이나 실직 등으로 갑작스레 가난의 굴레에 갇힌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지난해 가야산 국립공원에서 일하며 친절과 헌신의 삶을 살고 있는 신충재 씨의 방송을 보면서 그의 통찰력에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신 씨는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지적장애인인데, 어느 날 숙제를 미뤘다가 할머니에게 혼이 나 삐쳐있는 아들에게 “기분 나쁘면 안 돼. 기분이 나쁘면 ○○ 사람이 돼”라고 말했다. 무슨 말을 했길래 필자가 그리 놀랬을까? 여러분도 맞춰보길 바란다.

신 씨는 무슨 말을 했을까? 정답은 ‘기분이 나쁘면 나쁜 사람이 돼,’이다. 신 씨는 꾸중을 듣고 기분이 상해 있는 아들에게 “기분이 나쁘면 안 돼. 기분이 나쁘면 나쁜 사람이 돼”라고 말하며 아들의 기분을 풀어줬다. 지적장애인으로서 이성적 능력은 부족할지 몰라도 영혼의 충만함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신 씨가 어떤 지식인보다도 더 지혜롭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최근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통해 신 씨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서 그의 모습이 더욱 깊게 가슴을 파고든다. 조현병을 오래 앓아 왔다는 범인은 인근 주민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는데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감정 기복이라고 한다. 기분이 좋았다가 갑자기 나빠지고, 나빠지는 정도가 급격하게 심해지면 자신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고 자신의 불행이 모두 남의 탓이라고 생각되면서 타인을 향해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기분이 나빠지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행동들이 쌓이면 신 씨의 말처럼 결국 나쁜 사람이 된다. 그렇다면 기분이 좋으면 어떻게 될까?

기분이 좋으면 우리는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심지어 특별한 이유 없이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 이것이 기분이라는 에너지의 신비다. 기분이 좋고 나쁘냐에 따라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학교나 회사, 가정생활을 통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이다. 기분이 좋으면 마음이 넓어지고 기분이 나쁘면 마음이 작아지면서 짜증을 부리는 모습 말이다. 그렇다면 기분이 좋고 나쁘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이것뿐일까?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다. “문제가 만들어질 때의 사고로는 그 문제를 풀 수 없다.” 이게 무슨 말일까? 삶의 중차대한 문제이든 아니면 일상의 소소한 문제이든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문제가 만들어질 때 보다 좋은 기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즉 감정의 수준이 높아지면 의식이 깊고 충만해져 평상시의 기분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의 해결책이 직관과 영감을 통해 드러난다. 내면에서 잠자고 있던 창조성의 수문이 좋은 기분을 통해 활짝 열리는 것이다. 또 희열과 경이로움, 살아있음과 같은 최고 수준의 좋은 기분은 그 기분에 걸맞은 재능을 깨우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자신을 기쁘게 하고 황홀하게 하며 살아있게 만드는 잠재력들이 최고 수준의 좋은 기분을 통해 수면 위로 분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좋은 기분을 느낄수록 삶을 풍요와 행복, 건강으로 채우는 에너지와 하나가 된다. 그래서 전 세계 자기계발서마다 삶을 긍정하고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게 여기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좋은 기분은 내 삶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이자 위대한 힘이다. 봄의 절정으로 치닫는 요즘, 아름다운 봄을 만끽하며 비루한 현실을 뛰어넘어 좋은 기분을 오래도록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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