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스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소노 '나다운 일상을 산다'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쓴 아름다운 수필 두 편

반스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소노 '나다운 일상을 산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외국 베스트셀러 소설가들이 쓴 두 편의 에세이가 이번 주 나란히 서점가에 나왔다. 최고의 글쟁이답게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체가 빛난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가 지은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다산책방)와 일본의 여성 원로작가 소노 아야코의 '나다운 일상을 산다'(책읽는고양이).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는 맨부커상 수상자인 반스가 요리와 부엌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느낀 감상을 담은 '까칠한' 요리 이야기다.

요리 문외한인 중년의 반스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뒤늦게 낯선 부엌을 찾고 요리를 '책으로 배우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완벽주의에 까칠한 자신의 성격을 믿고 요리책의 '레시피대로' 만들면 만족스러운 음식이 될 줄 알았지만 언제나 뭔가 모자란 실패작이 나온다. "왜 요리책은 수술 지침서처럼 정밀하지 않을까?"

100권이 넘는 요리책을 사 모으며 경험을 쌓아나가고 요리 과정에서 인생에 적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교훈을 얻는다.

'타임스'는 "요리에 관한 글이 이보다 더 재미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평했고, '퍼블리싱 뉴스'는 "단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분량이 너무 적다는 것"이라고 했다. 196쪽. 1만4천500원.


'나다운 일상을 산다'는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른 소노는 거창한 미래를 위해 힘을 빼는 대신 '적당한 일상'을 사는 행복감을 이야기한다.

소노는 63년을 해로한 남편이자 동료 작가인 미우라 슈몽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자 반드시 다시 집으로 데려와 '죽을 때까지 평소처럼 지내게 해주리라' 하고 결심한다.

그리고는 남편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1년 반 동안 익숙한 공간에서 가장 익숙한 모습으로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해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죽음의 기운이 떠도는 숨 막히는 병실을 박차고 나와 집에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남편의 모습에 소노 역시 행복하다.

"나는 행복해. 익숙한 내 집에서 책들에 둘러싸여 가끔 정원을 바라보며, 밭에 심은 피망이랑 가지가 커가는 것도 보고 말이야. 이건 정말 고마운 일이야." 남편 미우라의 말이다.

부부 모두 유명 작가지만, 미우라 장례식이 일부 지인만 참석한 가운데 소박하고 조용히 치러지는 장면도 울림을 준다. 182쪽. 1만2천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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