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도교육감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가 많은 사람들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젊은 여 주인공이 한 순간 나이가 들어 노년의 삶을 살아가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타임슬립 드라마인줄 알았더니 알츠하이머병을 가진 노년의 여주인공이 과거의 젊었던 시간 속에서 살고 싶은 간절함을 담은 드라마였다. 드라마는 사람들에게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시간을 이해하는 기회를 주었을 뿐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살아가는 이유를 생각해보는 기회도 주었다. 특히 마지막에 들려준 김혜자 씨의 인생 예찬은 두고두고 곱씹게 한다.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날은 대단한 날이 아닌 온 동네가 구수한 밥 짓는 냄새가 나면 우리집도 솥에 밥을 하고, 아장아장 걷는 아들 손을 잡고 마당으로 나가 붉은 노을이 수놓는 저녁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라 했다.

함께 무리지어 피어 더욱 아름다움 뽐내는 벚꽃, 노란 꽃무리 넘실대는 지상의 꽃잔치 유채꽃 앞에서의 모습을 그리며 설렘 가득한 마음 안고 제주도로 출발한 세월호 안의 눈부신 우리 아이들이 사라진 날. 2014년 4월 16일의 기억은 5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움과 미안함, 그저 먹먹해지는 마음으로 그들이 사라진 바다를 하염없이 쳐다보는 날이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으로 자랐을 아이들이다. 살아가면서 인생의 눈부신 날을 만들어갔을 우리 아이들의 미래, 그들로 인해 인생의 행복한 날을 만들어 갔을 그 유가족의 미래가 사라진 4월은 영국의 시인 엘리엇의 말처럼 모두에게 잔인하고 아픈 달이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 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오늘을 사랑하세요. 눈이 부시게." 김혜자씨의 그 말이 더욱 마음에 스며든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별거 아닌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다. 수업시간엔 토론을 하며 열정을 태우고, 가끔은 벼락치기 공부로 시험을 치기도 한다. 때론 네모난 공간을 둥글게 바꾸어 얽힌 마음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상담도 한다. 더 다양한 경험, 더 풍부한 배움을 위해 스스로 학교문화를 만들어가는 시도를 하며 별거 아닌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 별거 아닌 하루. 이 모두 우리의 일상에서 스쳐지나가는 날들이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사진 한 장에도 이야기가 있고, 선생님의 말 한마디로 진로가 결정되기도 한다. 학교에서 보낸 이 별거 아닌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여 벗도 생기고, 꿈도 키우고, 오래 된 미래를 만들 냈던 것이다.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이루지 못하고 밤하늘의 별이 된 세월호 아이들, 또 함께 희생된 분들을 가슴에 묻고 남은 사람들이 해 내야 하는 삶의 몫은 무엇일까? 그들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는 것, 그로인해 더욱 안전한 사회에서 더 이상 비극적인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더 이상 슬프지 않은 벚꽃 피는 봄, 인생의 눈부신 날을 위한 별거 아닌 하루를 위해 충남교육청은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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