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원 한국동서발전 신성장사업처장

줄리아 로버츠는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으로 세기의 연인이 되었다. 줄리아 로버츠의 덜 알려진 영화로 ‘에린 브로코비치’가 있다. 법률회사 여성사무원이 거대기업의 환경문제를 끝까지 파헤쳐 진실로 이끈다는 주제의 영화다. ‘오션스 일레븐’의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의 주제보다 눈길을 끈 것은 주인공 에린 브로코비치가 몰던 승용차다. 그 승용차는 당시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현대자동차의 엑센트다. 가난한 에린 브로코비치가 선택할 수밖에 없던 저가형 자동차의 대명사로 대한민국의 자동차가 선택되었다는 점에서 짠한 마음도 들었다. 현대자동차는 이후 20여년의 기술축적으로 지금은 세계시장에서 고가 세단으로 명성을 떨치는 제네시스 자동차를 개발하고 세계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갑자기 이 영화가 생각난 것은 최근 한 LNG 발전소를 다룬 기사 때문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동서발전이 운영하고 있는 일산복합발전소에서 일산화탄소와 미연탄소분이 배출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20여년 전 한국전력공사에 근무하던 당시, 프로젝트 계약부서의 담당자로서 일산복합발전소의 건설용 발전설비와 정비용 자재를 구매했었기 때문에 더욱 눈이 갔다.

일산발전소가 지어지던 1993년부터 벌써 25년이 흘렀다. 신도시에 전력과 열을 공급하기 위해 지어진 일산발전소는 당시로는 최신기술을 적용한다고 했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구형설비라 전력생산단가가 높아 가동과 정지를 수시로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완전 가동전인 한 시간 이내에 일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가스레인지를 켜면 파란 불꽃이 나오기 전에 노란 불꽃이 먼저 나오는 이치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배출 물은 곧바로 대기에 흩어져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현대자동차의 사례에서처럼 발전설비에도 엄청난 기술진보가 있었다. 특히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환경설비의 기술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발전된 기술을 적용하여 국민들의 염려와 근심이 해소될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분명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한다.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과 석탄 발전소의 경제성을 능가하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한 나라가 많다. 영국만 하더라도 풍력의 전력생산단가가 원자력보다 낮다. 일본의 도시바사가 건설하려고 했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의 생산단가가 북해 해상풍력의 생산단가보다 높아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6개월 전 열량단위(MMBTU, 25만㎉를 낼 수 있는 가스량)가 12달러(약 1만 3000원)였던 일본과 한국시장에 적용되는 천연가스가격(JKM)은 현재 kg당 4.429달러로 3분의 1로 급락(2019년 4월 8일자 연합뉴스 보도)했다.

엄청난 가격 하락이다. 천연가스발전을 통해 다른 대규모 발전소에 비해 더 안전하고 깨끗하며 저렴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동서발전에서는 음성군에 최신식 천연가스발전소를 짓기 위해 지역주민들과 많은 토론을 하고 있다. 지역주민들과의 협의와 토론 과정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하고, 위와 같이 진보된 기술을 접목한다면 음성군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천연가스발전소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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