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신발을 사이에 둔 채(격화:隔靴) 발바닥의 가려운 곳을 긁으면(소양:搔痒) 시원할 리 없다. 힘써 노력하지만 얻는 성과는 아무 것도 없거나 일이 철저하지 못해서 성에 차지 않을 때 흔히 이 말을 쓴다.

답답한 일이 많았든지 비슷한 속담이 많다. ‘신 신고 발바닥 긁기, 버선 신고 발바닥 긁기, 구두 신고 발등 긁기, 木靴(목화, 사모관대를 할 때 신던 신. 바닥은 나무나 가죽) 신고 발등 긁기, 옷 입고 가려운 데 긁기’ 등의 뜻이 있다. 정작 본인은 어쩔 수 없이 신발을 긁고 있지만 옆에서 보면 신발 벗는 꾀도 못내는 어리석은 행위로 보인다.

麻姑搔痒(마고소양)은 麻姑 할미의 손톱으로 긁으니 시원하게 일이 잘 풀리는 것을 뜻한다. 소(搔)는 긁는다는 뜻으로 조직을 긁어내는 搔爬(소파) 수술에 쓰인다. ‘방망이를 들어 달을 치고 가죽신을 신고 가려운 곳을 긁는다.(봉봉타월 격화파양)’<無門關:무문관>는 말이나 ‘당에 오르니 어떤 사람이 빗자루를 들고 상을 두드리니 정말 가죽신을 신고서 가려운 곳을 긁는 것과 같다.

‘상당경혹념소고상 대사격화소양 <續傳燈錄:속전등록>’이라는 구절이 보인다. 또 ‘시에 제목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가죽신을 신고 가려운 곳을 긁는 것과 다름없다.(詩不著題 如隔靴搔痒/ 시불저제 여격화소양)’라는 말은 ‘詩話總龜(시화총구)’에 있다.

조선 후기의 학자이며 노론의 영수인 宋時烈(송시열) 같은 대학자도 학문의 미흡함을 격화소양(隔靴搔痒)이라 토로한다.

孟子(맹자)에서 浩然之氣(호연지기)가 나오는 浩然章(호연장)을 600번 읽으면서도 의미를 알 수 없다고 하면서 안타까워하는 재미있는 내용이 ‘宋子大全(송자대전)’에 나온다. 이 책은 尤庵(우암) 송시열선생을 孔子(공자), 朱子(주자)에 버금가는 성인으로 존칭해 송자라 한 데서 비롯한 것이다.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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