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훈 우석대 총학생회장·스포츠지도학과 4년

국가재난 지역으로 선포된 강원도 고성의 현실을 눈으로 보는 순간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을 곳곳은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전쟁터와 다름 없었다. 유례없는 산불 피해 소식을 듣고 달려온 우리들이지만, 현지의 심각성은 차마 말로 표현이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 11일 새벽 4시, 우리학교 중화산 캠퍼스에서 한방병원 의료진을 태우고 출발한 버스가 본교에 도착했다. 구호 물품들이 속속 실렸고, 우석봉사단 학생도 버스에 올랐다. 1시간 30분을 더 달려 도착한 곳은 우리학교 진천캠퍼스. 이곳에서도 봉사단 학생들이 합류했다. 이제 숨 가쁘게 고성으로 향하는 일만 남았다.

오전 11시, 속초부터 전소된 건물이 눈에 띄더니 고성의 산들은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마을에도 성한 집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모습은 우리 봉사단과 의료진을 숨 막히게 할 정도로 심각했다. 우리는 구호 물품으로 진천 독지가가 기증한 진천쌀 1000㎏, 육개장 400인분, 국수와 라면, 속옷 100벌을 비롯해 상비의약품을 이재민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학생과 교직원으로 구성된 우리 봉사단 40여 명은 곧바로 의료봉사에 나서는 한편, 두 곳의 마을로 나눠 전소된 농가의 잔해 등을 정리하는 작업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봉사활동이 한참일 즈음, “대학 봉사단이 이곳 화마 현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라는 대한적십자사 고성군지회 관계자의 말에 낯이 화끈거렸다. 사실 우리는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 발 벗고 나섰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스펙 쌓기와 취업 준비로, 때론 아르바이트 등으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것 같아 같은 대학생으로서 쓸쓸함이 밀려왔다.

대한적십자사의 안내에 따라 피해지역 복구지원과 의료봉사에 나선 우리는 약 5시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주민들의 따뜻한 환송을 받으며 버스에 올랐다. 위로받아야 할 주민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따뜻한 정을 나눠줬다. 그 분들과 좀 더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 채 버스에 올랐다. 온몸이 노곤해지며 피로가 엄습해 왔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하지만, 강원도의 산야가 울창한 숲을 되찾고, 주민들의 쉼터가 새로 마련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긴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들은 이번 의료봉사와 피해복구 지원, 구호 물품 전달 등이 고성군과 피해주민들에게 작지만 큰 힘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작은 싹을 틔우며 희망을 함께 그렸기 때문이다. 지금 고성은 우리 대학생들의 젊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전국의 청년과 대학생들의 몸과 마음이 고성으로 향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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