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통장 사용자와 통장 명의자가 다른 이른바 '대포통장'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근 3년간 충남에서만 960여건이 적발됐다는 보도다. 대포통장은 전국에서 지난해 총 6만933개로 전년보다 33.9%(1만5439개)나 늘어났다. 대포통장은 금융경로의 추적을 피해 금융사기·탈세 등 각종 범죄의 주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보이스 피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피해자는 주로 저신용자, 신용불량자 등 금융취약계층이다.

최근에는 대포통장을 임대하거나 매매하는 불법광고까지 등장할 정도다. 대포통장 1개당 최대 3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지난해 적발 건수가 2401건에 이른다. 대포통장 수집자에게 자신의 은행통장과 현금카드를 팔아 넘긴 30대가 실형을 선고 받은 최근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제의 통장은 4700만원 상당의 사기범행에 이용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포통장의 유통 범위가 넓어지면서 기업형 대포통장 유통조직까지 생겨났다. 지난해 11월 유령법인을 설립한 후 수백개의 대포통장을 만들어 유통시킨 조직이 대전에서 검거됐다. 대포통장을 대여해 2년여 동안 1조 6000억 원대 거래를 한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도 잡혔다. 대포통장을 빌려 쓴 사설 경마도박 사이트,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 문서위조 조직 등 연루자들이 수두룩했다. 지난해 5월 타인 명의로 설립한 법인 82개를 통해 통장 405개를 개설하고, 불법 도박사이트 등에 월 100만원~150만원에 팔아 30여억 원을 챙긴 사건도 마찬가지다.

농협은행충남지역본부를 비롯해 금융권이 전기통신금융사기 수법 고도화에 따른 피해 발생 증가에 대한 대책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예방 및 대포통장 근절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 서민들이 금융사기의 표적이 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다. 금융사기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추세다. 자신의 통장은 물론 휴대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나의 통장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범죄의 창구로 악용될 수 있는 여지 그 자체를 아예 차단하는 게 상책이다. 무엇보다도 이에 대한 범국민적인 인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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