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날 특집] 한국화학연구원

미세먼지 무해한 물질로 바꾸는
화학적 방법 연구… 정화장치 개발
수소연료 저장·이송·사용 연구성과
차세대 태양전지 세계적 선두 그룹
궤양성대장염 등 신약개발도 두각

▲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 연구본부 연구원의 모습.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화학은 단지 화학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과학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일상을 침범한 미세먼지를 줄이거나,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바꿔주는 일도 화학의 몫이다. 우리가 입고 쓰는 옷과 스마트폰의 소재는 화학의 산물이며, 삶을 위협하는 암을 비롯해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신약개발 역시 화학의 영역이다. 최근 불거진 쓰레기 대란의 해결책도 화학에서 찾을 수 있다.

과학도시 대전에서 지구와 인류를 위한 화학을 연구하는 슈퍼스타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은 국내 화학연구의 산실로 화학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40여년의 시간이 흐르며 화학연의 임무와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김성수 원장이 선임된 가운데 ‘화학산업 연구경쟁력 강화를 통한 혁신성장과 국가·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목표 아래 크게 △탄소자원화 △화학소재 △의약바이오 △융합화학으로 나눠 화학 원천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 수소연료 생산-저장·이송-사용 전주기 연구

최근 들어 미세먼지만큼 밥상에 자주 오르는 주제도 없다. ‘침묵의 살인자’라로 불리는 미세먼지는 화학적으로 발생한다. 장태선 탄소자원화연구소 박사는 “미세먼지는 주로 화학적인 경로를 통해 발생하는 만큼 해법 역시 화학반응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장태선·허일정 박사는 화학반응으로 미세먼지를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바꾸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미 촉매기술을 이용해 자동차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배기가스)을 물과 질소로 환원하는 정화장치를 개발했다.

허 박사는 “촉매는 사실상 대기오염물질 정화장치 연구의 시작점”이라며 “현재 촉매기술은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태선 박사는 “미세먼지 해결은 마라톤과 같다”며 “하나의 기술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다양한 기술개발과 이를 다각적으로 활용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 에너지 ‘수소연료’ 생산부터 사용까지 전주기 연구

화학연은 수소차로 상징되는 ‘수소연료’ 연구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수소연료 생산부터 저장 및 이송, 사용까지 전 주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탄소자원화연구소 김형주 박사팀은 지난해 수소를 생산하는 촉매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디젤의 부산물인 글리세롤을 수소로 전환하는 백금 촉매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김형주 박사는 “글리세롤로부터 수소를 생산할 때 백금 촉매가 쓰이는데, 가격이 비싸서 백금 촉매의 성능을 높이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돼왔다”며 “백금 반응 표면적이 10배나 넓어져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학소재연구본부 홍영택 박사팀은 수소연료전지에 쓰이는 분리막을 개발하고 있다. 연료전지 부품 중 분리막은 연료전지 전체의 성능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며 현재 상용화된 분리막은 과불소계이다. 과불소계 분리막은 이온전달이 우수하고 안정적이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 한국화학연구원 연구 성과 중 하나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차세대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상용화 새 길 열어


화학연은 1세대 태양전지인 ‘실리콘’을 잇는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도 선도하고 있다. 화학소재연구본부 서장원 박사팀은 전 세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선두 연구그룹이다.

지금까지 빛을 전력으로 변환하는 최고 효율을 무려 다섯 차례나 경신해 미국신재생에너지연구소 차트에 등재된 바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태양으로부터 받은 가시광선을 전기로 바꾼다. 연구진은 페로브스카이트가 가시광선을 흡수해 생긴 정공(+, 양전하)을 이동시키는 정공수송소재로 쓰이는 P3HT에 주목했다. P3HT와 페로브스카이트 사이에 HTAB이라는 새로운 분자를 도입해 정공수송능력을 크게 향상시킨 것이다.

◆궤양성대장염 신약 후보물질, 미국서 임상 1상 성공

신약개발은 황금알을 낳는 현대판 연금술에 비유된다. 성공한 신약은 천문학적인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길리어드는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로 소위 대박을 터뜨려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했다.

화학연은 신약의 씨앗인 ‘화합물’을 연구·관리하는 한국화합물은행을 갖추고, 암과 바이러스 치료제를 비롯한 신약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에는 궤양성대장염 신약후보물질 BBT-401이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마쳐 신약 출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BBT-401은 화학연 의약바이오연구본부 이광호 박사팀이 성균관대 박석희 교수님과 공동 발굴한 만성 염증성 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이다.

의약바이오연구본부 이혁 박사팀이 연세대 신상준 교수팀과 공동으로 대장암 치료 화합물을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대장암 치료 화합물은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 전이를 촉진하는 ‘베타카테닌’과 ‘티닉’ 단백질의 결합작용을 막는다. 실험결과 대장암 세포에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기존 치료제와 병행 처리했을 때 암 증식 억제 효과가 우수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한국화학연 미세먼지저감연구.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친환경 생분해성 비닐봉투 시제품 개발 성공

최근 화학산업의 패러다임은 석유화학산업에서 바이오화학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바이오화학은 지구 온난화와 석유자원 고갈 등에 대응하기 위해 식물자원을 활용한 화학이다. 화학연은 울산에 바이오화학연구센터를 개설하고 바이오슈가 대량생산 기술, 바이오플라스틱 제조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쓰레기 대란으로 인해 플라스틱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된 가운데, 생분해성 비닐봉투의 ‘잘 찢어지는’ 문제를 해결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학연 미래융합화학연구본부 오동엽 박사팀은 바이오플라스틱을 기반으로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개발했다. 땅속에서 6개월 이내 100% 분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생분해성 비닐봉투 대비 인장강도가 2배나 높아 석유계 비닐봉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목재펄프와 게껍질에서 추출한 보강재를 첨가해 인장강도가 약한 바이오플라스틱의 한계를 극복했다. 50ℓ 반응기에서 비닐봉투와 빨대 시제품을 생산하는 데 성공한터라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

◆화학의 가치 재정립 ‘화학대중화’ 사업 실시

화학연은 화학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화학대중화’ 사업을 3년간 진행할 계획이다. 화학대중화사업은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증 ‘케모포비아’를 불식시키고, 화학의 역할과 가치를 알리기 위한 사업이다. 또 장기적으로 화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아 국가 화학 산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산업화 첨병이자 더 편리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화학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일인 셈이다. 이를 위해 올해 화학대중화 캐치프레이즈 공모전을 필두로 하여 다큐멘터리, 원소 및 화학실험 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고, 화학콘서트 및 전시회도 연다. 굵직한 콘텐츠와 행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화학은 현대과학과 테크놀로지의 토대라는 점에서 화학연 김성수 원장은 “국민들이 다양한 화학콘텐츠를 보고, 직접 체험해보면서 화학에 대해 막연하게 품었던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 청소년들에게는 화학자의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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