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날 특집]한국과학기술원 연구중심 대학 KAIST

1인당 국제논문실적 1위
세계적 학술지 게재도 꾸준
그랜드챌린지 30 프로젝트 등
획기적 지원시스템도 눈길
창업분야 절대강자
동문 창업기업 1456개 달해
연 3만2000명 고용창출 효과
케냐 과학기술원 건립 사업
교육·연구 혁신모델 최초 수출

▲ 한국과학기술원 학술문화관. 한국과학기술원 제공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국가 산업발전을 위한 과학기술 분야 고급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1971년 문을 연 한국과학기술원(이하 KAIST)는 지난 48년간 박사 1만 3029명을 포함한 총 6만 3830명의 졸업생과 국내 산학연 연구인력의 45%, 과학기술계 리더급 인사의 23%를 배출한 국내 이공계 인재의 산실이다.

KAIST의 강점은 단연 연구 성과다. 논문의 양과 질에서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해 대한민국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임을 증명했다.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도 지속 적으로 이름을 올리며 국내외에서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연구 성과가 계속 발굴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2018년 전국대학 연구활동 실태조사 분석보고서’는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KAIST의 1인당 국제전문 논문실적은 1.18편으로 가장 높고 이어 포스텍이 1.17편, UNIST가 1.11편으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KAIST는 창업에서도 절대 강자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지난해 말 현재 1456개에 달하는 동문 창업기업들은 연 3만 2000여명의 고용 창출과 13조 6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KAIST는 핵심가치인 창의(creativity), 도전(challenge), 배려(caring)를 토대로 글로벌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하고 혁신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케냐 과학기술원 건립 사업’은 KAIST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할 역점사업이다.

KAIST의 과학기술 교육은 오래전부터 세계 여러 대학의 벤치마킹 모델로 주목받아왔다. 지난해 11월 케냐-KAIST 간 케냐과학기술원 설립 컨설팅사업 계약체결 내용을 토대로 KAIST는 올해부터 향후 36개월간 △기계공학·전기 및 전자공학·ICT 공학·화학공학·토목공학·농업생명공학 등 6개 핵심학과와 공통 기초과학 프로그램의 설계 △교육·실험 및 일반 기자재 공급계획 △산학협력을 포함한 대학 경영계획 등의 분야에서 컨설팅을 수행한다.

KAIST는 케냐과학기술원 이전에도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 칼리파대학(KU, Khalifa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에 원자력공학과 교육프로그램을 수출한 데 이어 2015년에는 중국 중경이공대에 전기및전자공학부와 전산학부의 교육시스템과 커리큘럼을 수출했다. 이번 케냐과학기술원 건립 사업은 KAIST의 교육·연구 혁신모델이 통째로 처음 수출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971년 미국 국제개발처(USAID)로부터 600만 달러의 차관을 지원받아 설립됐던 KAIST가 설립 48년만에 원조를 받는 대학에서 원조에 참여하는 대학의 위치에 자리함으로써 세계 선도 대학의 역량과 가능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의과학대학원 김호민 교수. 한국과학기술원 제공
KAIST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나라를 이끌어갈 창발적이고 우수한 AI 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AI대학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AI대학원은 헬스케어·자율주행·보안·스마트산업 등 대부분 산업에서 이미 활용되는 AI기술을 통해 산업을 이끌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융합형 인재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KAIST는 이미 최고 수준의 AI교육과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전체 교수진의 30%에 육박하는 178명의 교수진이 AI관련 논문을 발표했고, 2018년에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17개 AI교과목을, 산업체 인력을 대상으로는 11개 과목 등 모두 33개의 교과목을 운용하고 136건의 AI관련 강의를 진행했다.

아울러 현재 교내에는 22개의 AI관련 연구센터가 활발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KAIST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우수한 논문 게재 실적을 보인다. 올해는 세계 최고 권위의 AI학회인 인공신경망학회(NIPS·Neural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와 국제머신러닝학회(ICML·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chine Learning)에 총 19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출판물 수에서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KAIST AI 대학원은 올 가을학기부터 개설되는데 이를 위해 내달부터 30명(석사 20명, 박사 10명)의 대학원생을 모집하되 오는 2020년부터는 학생 수를 60명(석사 40명, 박사 20명)으로 늘린다. 교과과정은 AI핵심(전공필수 3개, 전공선택 13개)·AI심화(전공선택 13개)·AI핵심 연구중심으로 꾸려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MIT 등 해외 유수의 대학 6곳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 5곳, 네이버 등 국내기업 9곳과는 공동연구 및 교육협력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1학기 이상 국내·외 유수 AI기업에서의 인턴십을 졸업요건으로 의무화하고 각 분야 겸임교수 20여 명이 참여하는 ‘AI+X(반도체·통신·자동차·바이오·의료)’특화 교육과정도 20개 이상 개설할 예정이다.

교수진은 우선 세계적 연구역량을 갖춘 10명으로 시작해 2023년까지 20명을 확보하는 등 2023년 이후에는 AI대학원·AI학부·AI 연구원으로 구성되는 단과대 수준 이상의 AI대학으로 발전시켜 현행 5개 단과대학 체계에서 6개 단과대학 체계로 확대한다. KAIST는 AI대학원 건물 신축 등 향후 5년간 시설투자에만 220여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KAIST는 이와 함께 2021년에는 판교 제2 테크노밸리에 AI대학원 산학협력센터를 설립해 판교의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교육과 실습에 주력하는 등 판교를 아시아 최고 수준의 AI밸리로 육성할 방침이다.

누구보다 한 발짝 앞서가는 KAIST의 혁신적인 교육 정책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 성과이다. 특히 학과 간 자유로운 교류와 활발한 네트워킹을 통한 우수한 융합연구 성과는 타 대학에서는 보기 힘든 KAIST만의 자랑이다. 뇌과학과 기계공학을 접목해 동물의 소유욕을 조절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산업디자인학과와 EEWS대학원이 최고 수준의 순수과학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과를 내며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KAIST 특유의 도전 정신을 함양한 연구 풍토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16년부터 글로벌 난제나 인류 사회에 지식처럼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관한 연구를 최장 30년간 지원하는 ‘그랜드챌린지 30 프로젝트’는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KAIST만의 연구자 중심 지원시스템이다. ‘초세대 협업연구실’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통찰하는 교육형태다. 신성철 총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초세대 협업연구실은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교수가 퇴직과 동시에 연구실 문을 닫아 그동안 축적한 연구 업적과 노하우 등 학문적 유산이 사장되는 것을 막고, 후배세대가 연구를 계승해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다.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의 ‘시스템 대사공학 및 시스템 헬스케어’ 연구실과 기계공학과 성형진 교수(기계공학과)가 주도하는 ‘헬스케어 음향미세유체’ 연구실이 초세대 협업연구실로 지정된 데 이어 물리학과 장기주 특훈교수의 ‘응집물질계산물리 연구센터’와 화학과 유룡 교수의 ‘분자촉매 디자인 및 반응 공학 연구센터’가 추가로 선정됐다. 협업연구실 선정에는 198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클라우스 폰 클리칭 박사와 2002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쿠르트 뷔트리히 박사 등 세계적 석학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KAIST는 국내·외 이공계 교육 및 R&DB의 선구자로서 본보기를 제시하고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장기발전계획을 구상하고 끊임없는 혁신을 단행해 글로벌 가치를 창출하는 세계 10위권 선도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신성철 총장은 “도전, 창의, 배려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선봉장으로서 대한민국 국격을 세계에 제고하는 KAIST가 될 것”이라며 “인류 사회에 이름과 눈부신 업적과 교훈을 남기는 것이 KAIST 구성원에게 국가가 부여한 시대적 책무”라고 늘 강조하고 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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