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날 특집] 한국원자력연구원

‘새 블루오션’ 원자력시설 해체
38개 핵심 기반기술 확보 주력
해체 시뮬레이터·로봇팔 개발
독자 기술확보… 해외진출 시도

▲ 원자로용기해체용 로봇팔.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전 세계적으로 현재 440여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이들의 설계 수명을 고려하면 2030년대에 원전 해체가 활성화되고 기존에 건설된 대부분의 원전이 향후 50년 내에 해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비용도 4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원자력시설 해체 시장은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전망이다.

◆원전 해체 기술 현황

원전 해체 기술은 시설의 운영 종료 이후 해당 부지를 안전하게 개방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지원하는 종합 엔지니어링 기술로, 원전의 영구정지 이후 크게 5단계(△해체준비, △제염, △절단, △폐기물 처리, △환경복원)로 나뉜다. 시설의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약 10~20여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원자력 선진국에서는 원전을 해체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기술의 안전성 및 경제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구로 및 우라늄 변환시설의 해체를 통해 소규모 저방사능 시설의 해체 기술을 확보한 상태이나, 원전 해체에 필요한 기술 확보가 아직은 더 필요하다. 이에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은 원전 등 대규모 고방사능 시설 해체에 요구되는 38개 핵심 기반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38개 핵심 기반기술 중 28개를 확보한 상황으로 선진국 대비 약 80% 수준의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10개 기술은 2021년까지 연구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원전 핵심설비 해체 시뮬레이터

세계적으로 다양한 원자력 시설 해체가 예상됨에 따라 원자력 시설 핵심설비의 해체에 필요한 핵심기술 개발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원자력시설 해체 시 해체 공정에 대한 경제성과 안전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고방사능 설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해체 핵심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원자력연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 중 하나는 바로 ‘원전 핵심설비 해체 시뮬레이터’다. 원전 핵심설비 해체와 같이 복잡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수행되는 해체공정을 3차원 디지털 환경에서 공정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함으로써 경제성과 안전성이 우수한 최적의 해체공정을 선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다중·반복절단이 잦은 원전 핵심설비 절단공정의 특성을 고려해 시스템 안정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실감형 해체 시뮬레이터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원전 핵심설비와 같이 복잡한 환경에서 수행되는 해체공정을 3차원 디지털 환경에서 시뮬레이션하고 검증함으로써 경제성과 안전성이 우수한 최적의 해체공정을 선정할 수 있다. 다중, 반복 절단이 잦은 원전 핵심설비 절단공정의 특성을 고려해 시스템 안정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으며, 복잡한 매니퓰레이터의 조작이 쉽고 반복 작업을 자동화해 조작자의 피로도와 작업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이 특징이다. CAD 커널기반의 절단 알고리즘을 공정 시뮬레이션 기술에 접목해 해체 대상물의 절단 공정을 자유자재로 수행한다. 복잡한 매니퓰레이터의 조작이 쉽고 반복 작업을 자동화해 조작자의 피로도와 작업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원자력선진국(미국·프랑스·독일·일본)이 보유한 기존 기술에 비해 다양한 원전 핵심설비 해체 시나리오를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최적 시나리오를 도출할 수 있어 글로벌 해체시장 진출에 필요한 핵심기술로 활용 가능하다. 원전 핵심설비 디지털 모델 확보를 통해 경제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최적 해체 공정을 수립해 해체사업 수행 시 비용을 절감하고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몰입형 해체 시뮬레이션.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전 해체용 ‘로봇팔’


해체 시뮬레이터와 연계해 고방사선 기기를 원격으로 절단하고 이송시키기 위한 ‘로봇 팔’도 개발 중이다. 개발 중인 로봇 팔은 유압으로 구동되는 관절을 이용해 약 3m 거리에서도 250㎏의 하중을 1㎜의 정밀도로 취급이 가능하다. 또 로봇 팔의 각 관절은 모듈화 형태로 개발돼, 작업환경과 작업 내용에 맞추어 관절 구성 및 크기를 쉽게 바꿀 수 있다.

현재 고하중 취급용 로봇 팔 및 고정밀 원격제어기술에 대한 독자적 기술 개발의 기반을 마련 중이며 개발된 기술은 실증 시험 및 실용화 단계를 통해 원자로 해체 사업에 활용될 계획이다. 그간 관련 기술을 보유한 외국 기업은 독점기술이라는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일방적으로 올리는 등의 형태를 취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원가 상승의 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향후 국내 기술자립을 통해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외국 기업과 대등한 위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원은 이와 같은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국내 원전 해체뿐만 아니라 향후 해외의 원자력 시설 해체 사업 진출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원전 주요 설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친환경 화학제염제를 사용하는 ‘화학제염기술’, 고방사능 작업환경에서 해체장비 가동 시 장시간 고장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장비 성능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해체 장비 내방사화 기술’, 해체가 완료된 부지에 대한 규제를 해체하고 최종 개방하기 전에 잔류방사능을 측정하는 ‘저준위 부지 방사능 현장 측정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R&D 성과 실용화 통해 산업체 역량 강화에도 힘써

원전 해체와 같은 대규모의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체 핵심 기술의 확보와 더불어 기술 실용화와 산업체의 능력 배양, 인력 양성 등의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에 원자력연은 국내 주요 원자력 전문기업과 협약을 체결하고 원자력시설 해체 핵심기술 실용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이 자체 기술로 원전 해체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원자력연은 이미 확보한 핵심기술 중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4개 분야와 각각의 전문기업을 우선 선정해 올해까지 △해체 시설·부지 오염도 측정 기술 △핵심설비 해체공정 시뮬레이션 기술 △원전 1차 계통 화학제염 기술 △해체폐기물 처리 기술에 대한 현장 검증을 실시하고 기술의 완성도를 제고할 계획이다.

우선 해체시설·부지 오염도 측정 기술 분야는 시설, 부지의 잔류오염도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측정하는 것이 핵심으로 향후 시스템 구축 및 성능 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다. 핵심설비 해체공정 시뮬레이션 기술 분야에서는 고리1호기 핵심설비의 안전한 해체를 위해 해체공정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구축하고, 원격해체 공정 시나리오를 종합적으로 검증한다. 원전 1차 계통 화학제염 기술 분야에서는 연구원이 독창적으로 개발한 화학제염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해 시험장비를 구축하고 성능을 평가한다. 해체폐기물 처리 실용화 기술 분야에서는 콘크리트 가열분쇄 및 금속 폐기물 용융장치, 폐이온교환수지 열화학적 처리장치 등을 제작, 실증한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앞으로도 해체 핵심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실제 현장에서 원전 해체를 수행할 산업체와의 협력 플랫폼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당면한 국내 원전의 안전한 해체와 세계 해체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수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했다. <이 기사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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