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기·베란다 틈 영역확장…배설물 인한 미관저해 등 민원↑
퇴치망·반사판 설치·전문 퇴치업체 등장도…근본적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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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들이 도심 아파트 베란다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악취와 배설물로 생활고충 문제가 되고있는 가운데 17일 비둘기들이 대전 유성구 장대동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된 그물망 앞을 날고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충청투데이 박현석 기자]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기피를 넘어 혐오의 대상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도심 주택가 안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아파트 실외기실이나 베란다 틈에 둥지를 틀고 소음 및 배설물로 인한 2차 피해를 일으키면서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갖가지 자구책을 마련해 퇴치에 나서거나 이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대전시가 지난해 조사한 유해 집비둘기 서식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둘기 개채수가 동구 380마리, 서구 198마리, 유성구 90마리, 대덕구 170마리로 조사됐다. 피해유형은 배설물에 의한 미관저해 및 부식, 털 날림, 악취 등으로 관련한 민원만 약 30여 건 접수됐다. 

특이할 점은 개채수가 주택가에 집중됐다는 점. 포식자로부터 안전한 곳을 둥지로 삼는 비둘기 습성 상 도시에서는 인공적 장소 중 건물의 난간이나 에어컨 실외기 사이의 공간에 둥지를 짓기 때문이다.

유성구 봉명동의 A 아파트도 이 같은 비둘기의 습성 때문에 몇 년째 고통을 받고 있다. 3년 전 한 두 마리가 아파트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더니 최근 급격히 개체수가 늘어났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비둘기는 주로 실외기실에 둥지를 틀거나 베란다 철제난간에 앉아 배설을 한다. 비둘기 배설물은 악취를 풍겨 한 여름에도 문을 열지 못하게 하거나 태양광 패널을 부식시키는 등 여러 피해를 끼치고 있다.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은 배설물을 통해 질병이 옮기지 않을까 더욱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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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주민들은 비둘기 퇴치를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기본적으로는 은박 허수아비나 회전 반사판을 베란다에 설치하거나 커다란 매 모형을 걸어둔다. 난간에 케이블 타이를 촘촘하게 묶은 뒤 남은 부분을 위로 올린곳도 있다. 비둘기가 앉지 못하도록 날개 간섭을 일으키는 것으로 시중에 파는 버드스파이크와 같은 원리다. 

아예 비둘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퇴치망이나 알류미늄 샤시를 설치하기도 한다. 실외기 접근을 원천 차단해 효과는 가장 좋지만 비용이 비싸다는 게 흠이다.

이 같은 갖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둘기 떼는 좀처럼 이 아파트를 떠나지 않고 있다. 앉을 곳이 없으면 바로 옆이나 근처 세대의 실외기실에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각 자치구에서는 비둘기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비둘기 퇴치제를 나눠주거나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 계도활동에 그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비둘기는 유해조류로 분류돼 환경부 지침에 따라 대응한다. 시 차원에서 비둘기 개체수 조절에 직접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2009년 비둘기를 유해조류로 지정했다. 배설물이 도심 건물과 문화재를 훼손하고 깃털을 통해 질병을 옮기는 등 사람에게 유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집비둘기 문제가 일부 집단에 국한된 것이 아닌 시민 위생안전 확보를 위해 절실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비둘기 퇴치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이 업체 사장 주모(43) 씨는 "비둘기는 귀소 본능이 강해 한번 찾아온 곳은 다시 찾는 습성이 있기 떄문에 둥지를 제거하고 살균소독까지 마친 후 버드네트(그물망)이나 버드스트라이크를 촘촘하게 설치해 접근을 원천 차단한다"고 말했다.

박현석 기자 standon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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