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년간 유지 요건 붙여
기업들은 "반쪽짜리" 불만 커

[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정부가 가업승계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지만 ‘반쪽짜리’에 그치면서 기업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역 향토 중소·중견기업들은 앞으로의 경영승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대로 된 규제 완화를 통한 건전한 가업승계 확산 분위기 형성과 가업 기술발전 중단 등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최근 가업상속공제 제도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사후 관리 기간을 7년으로 줄이는 완화대책을 내놓았다.

가업상속공제란 세액공제 등으로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를 돕는 제도로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가업상속재산가액의 100%(최대 500억원)를 공제해준다.

다만 공제 조건 가운데 상속인은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간 고용·업종·자산·지분 등을 유지해야 하는 요건이 따라붙어 있었다.

이를 두고 재계 등에서는 유지 요건의 장기화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가업상속공제 요건 유지 기간을 축소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이번 가업상속공제 규제 완화가 확정·시행될 경우 재계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다만 현재의 상속공제 대상과 한도 축소에 대해선 별다른 확대 계획이 발표되지 않으면서 지역 중소기업계 등은 강한 반발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행 가업상속공제는 연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 500억원까지 공제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 같은 규정이 적용되는 기업은 사실상 드물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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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홍남기 기재부장관 ⓒ연합뉴스
지역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연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준은 사업 초기단계의 기업만이 해당되는 수준으로 중견기업 단계로 성장 후 승계작업을 준비하는 기업에겐 해당이 안된다”며 “공제 대상 확대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직까지도 승계에 대해 ‘부의 대물림’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활발한 경영승계 움직임을 보여 왔던 지역 향토기업들에게도 이 같은 점을 불만으로 토로하며 공제 대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 향토기업 상당수가 향후 세대교체 시기를 앞둔 상황에서 상속부담을 키우는 규제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현재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50%) 등을 감안하면 기업의 상속세 부담률은 약 65%에 달한다.

실제 지난해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업력 10년 이상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승계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은 전년 대비 8.4%p 증가한 40.4%로 집계됐다. 또 가업승계 과정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상속세 등 조세부담’(69.8%)을 가장 많이 꼽았다.

결국 건전한 경영승계로 장수기업의 노하우 보호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시너지 효과를 마련해야 하지만, 반쪽짜리 규제 완화가 계속될 경우 지역 중견·중소기업 창업주 상당수가 기업을 물려주지 못하고 매각 처분하는 경우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닌 기술·경영의 대물림이자 제2의 창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지역 중소·중견기업의 기술발전 중단이나 일자리 창출 기회를 앗아가는 성장 외면의 근시안적 규제보다는 종합적 가업승계지원정책을 보완·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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