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공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다. 어떤 이는 그것을 본능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학습하는 것이라고 한다. 본능이든, 학습하는 것이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회를 구성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것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타인과 공존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감하는 것과 공감을 얻는 것 모두 중요하다. 공감하는 것은 ‘내가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라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누군가 보내주는 따듯한 눈길, 몸짓, 말들로 삶의 용기와 위안을 얻은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것은 ‘동의’를 넘어선 감정의 공유로, 상대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더 가까워지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때문에,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사회성이 높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공감을 얻는다는 것은 상대가 나를 인정해 주는 것이요. 존중해 주는 것이다. 나의 뜻에 함께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것은 단순히 리액션(reaction)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대의 마음을 얻는 일이기에 큰 가치가 있다. 수많은 블로거와 정치인, 언론, 국가와 지방 정책 입안자가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까닭도 바로 그것이다. 때로는 설득과 이해를 거쳐야 하는 불편도 있다. 하지만, 위로를 얻고, 인정을 받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동의를 구할 수 있기에 우리는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이해와 공감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그것을 말해준다. 결국, 공감이란 머리+가슴으로 이해하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잠시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올해로 벌써 5년이나 흘렀지만, 매년 4월이 되면 찾아오는 그리움과 아픔은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것 같다. 아들 수호가 떠난 그 날 이후 남은 가족의 이야기가 영화 ‘생일’로 찾아왔다. 모든 이에게 가슴 아픈 멍에를 남겨준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졌다. 사실, 세월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유가족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도 가슴을 도려내는 것처럼 아픈 일이다. 이미 소재 자체로도 큰 이슈와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 ‘생일’은 그 날의 이야기 대신 남은 가족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하지만 담대하고 진정성 있게 풀어내며 관객의 공감을 얻었다.

모든 논란은 차치하고 이 영화는 모두에게 남겨진 아픈 상처를 달래주고 어루만져 주는 것은 분명하다. 수호를 떠나보낸 그 날이 아닌 생일날, 그를 사랑했던 모든 이가 모여 추억을 회상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고, 인정하지 않았던 엄마도 결국 주위 사람들과 슬픔, 그리고 추억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여기 아주 특별한 생일에 초대받은 손님이 또 있다. 바로 관객이다. 관객은 극 안의 생일날 함께 자리하며 기억도 함께 나누고 깊이 공감한다. 친구, 이웃 그리고 무대 밖에 있는 관객과 함께 나눈 진심으로 남은 가족은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필자는 시민을 만날 때마다 ‘공감’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최근 어려움을 토로하는 시민을 만난 적이 있다. 나에게 오기까지 그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를 생각하면 한없이 죄송한 마음에 어떻게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끝까지 이야기를 경청하며 아파하는 부분은 함께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부분은 용기를 북돋워 드렸다. 그것이 당장 앞에 계신 분에게 해드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도움이기 때문이다. 찾아오시는 시민의 모든 고민을 당장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해결책을 찾기까지 시간을 요하는 경우가 많고 더러는 찾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 결과보다 함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자체에 고마워할 때가 더 많다.

우리는 주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정책들로 불필요한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한 사례를 무수히 목격했다.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 또한 마찬가지다. 시민이 공감하지 않는 정책과 의정 활동은 결국 외면당하고 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의 공감을 얻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바야흐로 지금은 공감하고 공감 받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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