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이사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가 2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신선채소의 12.9% 하락 영향이 컸다. 지난겨울 온화한 날씨 등으로 생산량이 급증한 배추, 무 등 주요 월동채소류에 대한 특별 소비 촉진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격의 폭락으로 인한 생산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농산물 도매시장은 생산자를 대변한 도매시장법인과 소비자를 대변하는 중도매인들이 농산물의 적정한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장소다. 이런 구조에서 농산물의 상품가치를 파악하는 경매사의 능력과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농산물 경매사는 리드미컬한 호창 소리로 흥을 돋워 가면서 농산물을 적정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새벽부터 분주하게 뛰어다닌다. 하지만 아무리 경매사가 노력해도 산지 수급량 조절 실패로 인한 가격 폭락과 폭등에는 한계를 느끼게 된다.

농산물은 왜 공산품과 다르게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현상을 자주 겪게 되는 것일까? 경제학적으로 농산물은 우리에게 필수재이고 수요곡선이 매우 비탄력적인 형태이다. 또 농산물 공급 역시 일정기간 비탄력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 이렇게 수요와 공급 모두가 비탄력적인 농산물 성향으로 인해 공급에서 조금만 변동 사항이 나오거나 예상치 않은 경우가 발생하면, 가격이 크게 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의 증가가 어렵다. 예를 들어 공급량 증가로 인해 배추 가격이 4000원에서 2000원으로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했다고 해서 배추쌈을 먹기 위해 배추를 1개에서 2개로 소비량을 늘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소비의 증가가 어렵고 생산자들은 배추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저장 등 다른 방법으로 물량을 조절하기에는 경제학적인 비용 부담이 다른 공산품에 비해 매우 크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물량의 공급을 조절하기 위해 산지폐기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가끔 언론에서는 산지에서 폐기하는 농산물을 보여주면서 농산물 가격의 폭락을 이야기하고 농산물 가격의 폭락에의 원인을 유통구조의 문제라며 결론을 짓는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등락이 유통구조만의 문제였다면 농산물도매시장은 이미 예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신선한 농산물을 거래하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서 농산물 유통을 하는 도매시장 종사자들은 그래서 이런 기사에 농산물 유통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상처를 받는다.

생산단가도 안된다며 전화를 끊어버리는 생산자에 힘이 빠져있는 경매사의 뒷모습이 안쓰럽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이라는 예상에 전보다 더 파종을 많이 했다는 생산자의 하소연도 마음이 아프다. 다른 도매시장에 비해 축산물과 관련 상가동, 수산회센터가 없어 소비자가 외면하는 외부환경도 속이 상한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며 경매사를 달래었다. 최소한 우리가 지금 통제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했다. 겨울 날씨도 경기의 침체도 지금 내가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받은 생산자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조금이라도 생산단가를 맞춰주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다음 파종 때는 경매사와 꼭 상의하시라는 이야기로 전화를 끝낸 경매사의 얼굴은 조금 밝아져 있었다.

열심히 산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다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며 다시 한걸음을 내딛는다. 하루빨리 농산물 도매시장의 생기를 되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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