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안정에 충분한 수준으로"…영구채 매입 5천억원 이하 전망
"채무 전액변제 않아도 돼 인수부담 작아…최소 6개월 걸릴 듯"

이동걸 "아시아나, 통매각이 바람직…25일 전 자금지원"

"경영 안정에 충분한 수준으로"…영구채 매입 5천억원 이하 전망

"채무 전액변제 않아도 돼 인수부담 작아…최소 6개월 걸릴 듯"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매각을 추진하는 아시아나항공[020560]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16일 '자회사 일괄매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오는 25일 전까지 구체적 자금지원 규모와 방식 등을 결정한다. 이어 아시아나항공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다시 맺고, 금호는 아시아나항공 공개매각에 착수한다.

이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호가 전날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포함해 제출한 수정 자구계획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이 정상화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002990]은 수정 자구계획에서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자회사들을 모두 묶어 일괄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자회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시너지 효과를 생각한 구도에서 만든 것으로 판단한다"며 "그래서 가능하면 일괄매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각과정에서 필요성이 제기되면 분리매각도 금호 측과 협의해서 할 수도 있지만, 시너지를 위해서 만든 조직이기 때문에 일단 그걸 존중하고 간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적정 인수가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되는 '7조원 부채'는 부풀려진 수치라고 부인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3조6천억∼3조7천억원 수준이며, 이마저도 인수자가 모두 갚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전체 부채에서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증자가 필요할 것이고, 그 부분이 인수자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증권가에선 1조∼2조원이 거론되지만, 그보다 부담이 적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금호산업의) 구주 매각에 신주 발행을 통한 (인수자의) 유상증자로 참여하기 때문에 신규 인수자금은 회사의 경영정상화로 들어간다"며 "상당액이 회사로 다시 유입되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금호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의 조건으로 5천억원의 자금지원을 채권단에 요청했다. 발행이 중단됐던 영구채 방식이 거론된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안정을 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준의 자금이 들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자금지원 규모는 산은이 채권단과 협의해 결정하고, 채권 비율에 따라 신규자금을 분담한다. 일단 채권은행 등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이머전시(emergency·응급)'로 들어가지 않게 빨리 (매각 발표를) 조치한 건, 신뢰가 흐트러지기 전에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통상적인 자본보완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신뢰가 없는 상황에선 회사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유동성 압박을 받지만, 매각 발표 등으로 이미 어느정도 신뢰가 회복된 만큼 자본확충에 필요한 금액이 예상만큼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기존 투자자들이 ABS 등의 자금을 회수한다든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떤 의미에선 (회사 입장에서) 고금리로 나간 부분이 있어서 (투자자가) 그걸 포기하고 저금리로 갈아타려 하지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이달 25일 전 채권단의 자금지원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에 신뢰를 더 주기 위해 시간을 늦출 필요가 없다. 속도를 내겠다"며 "4월 25일 전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결정이 내려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자금지원 발표 이후 아시아나항공과의 MOU를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다시 맺는다. 이후 금호 측이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공개매각에 착수한다.

이 회장은 "매각은 한두달에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최소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 이번 매각이 '진성매각'으로 진행되지 않고, 박삼구 전 회장의 복귀를 위한 '가성매각'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데 대해선 "(SK나 한화 등) 인수후보자들이 거론되는데, 그분들이 왜 박 전 회장의 앞잡이게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박 회장에게 진정성이 있다고 보고, 진정성이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여러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다"며 "마지막 단계에서 그분의 인격을 폄하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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