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대전시 건축사회장

강력한 미세먼지 중후군 속에서도 봄을 알리는 꽃들의 향연은 시민의 발걸음을 야외로 옮긴다. 활짝 핀 벚꽃은 살랑살랑 꽃눈이 되어 흩날리며 상춘객의 마음을 한껏 흔들어 놓는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특별한 소통의 방법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느낌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운 공유물이다. 반면 인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보는 시각이나 취향,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일으킨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지만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장르나 파격적인 표현으로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한다.

종종 고건축답사를 다닐때면 사람의 발걸음을 따라 난 길과 그 주변에 옹기종기 자리잡은 소박한 집들이 주는 느낌은 도시의 그것과는 대조적인 편안함을 안겨준다. 특히 우리의 건축은 자연에 동화되어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자연스러움을 으뜸으로 꼽기도 한다.

도시의 개발은 많은 사람과 기능을 수용함과 동시에 자연과 생태의 파괴를 최소화해야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개발이 본격화된 1970년대를 기점으로 대부분의 도시는 공공성이 높은 토지를 국유지와 사유지를 막론하고 공원용지로 지정했지만 한정된 도시재정과 투자우선순위에 밀려 국유화나 시유지화 되지 못하다가 도시계획시설 중 20년간 국가가 매입해서 개발하지 않은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을 해제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2020년 7월 1일부터 도시공원이 해제되는 일몰제 대상이 되었다.

며칠 전, 매봉공원 특례사업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부결되어 무산됐다. 현장 답사를 통해 공원의 보존 필요성과 연구 환경의 보호에 더 무게를 두었던 것이다. 시는 공원 매입을 위해 6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물론 토지주의 보상심리에 따라 토지 수용가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시는 민간특례사업의 무산을 대비해 4500억원 규모의 지방채 승인까지 받아놓았다고는 하지만 시민에게 온전히 전가해야 하는 더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해 지자체에서 직접 토지보상에 나서는 대신 민간 사업자가 공원 부지를 매입하고 부지의 30%를 비공원시설로 개발하고 70%를 기부 체납해 공원조성에 쓰게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국가의 재정상태를 감안한 정책으로 그 범주에서 자연은 최대한 보호하고, 도시의 난개발을 막고자 하는 공원 유지의 차선책인 것이다.

매봉공원은 시에서 매입하지 않는 한 토지소유주 재산권의 보장에 따라 개인적인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연구단지의 중심지역으로서 개발 관심이 큰 지역이기에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또 다른 정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난개발로 인해 우리가 바라던 공원의 기능은 사라져 버릴 것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머뭇거리다가 도시를 망칠 수 있다. 대전시는 분명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하고, 관련 위원회는 책임감 있는 선택을 통해 실현 가능한 도시개발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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