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오경(四書五經) 중의 하나인 대학(大學)은 유가의 교리를 간결하고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인데, 크게 삼강령(三綱領)과 팔조목(八條目)으로 구성돼 있다. 삼강령은 ‘명덕(明德)·신민(新民)·지어지선(至於至善)이고, 팔조목은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다.

이 팔조목 중 ‘격물과 치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학’에 상세하게 설명돼 있지만,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뜻이 적혀 있지 않아 후세에 그 해석을 놓고 여러 학파가 생겨났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주자학파(朱子學派)와 양명학파(陽明學派)이다. 주자(주희:朱熹)는 “세상의 삼라만상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이치를 갖추고 있다. 이 이치를 하나씩 따져 들어가면 마침내 확연하게 세상 만물의 이치를 밝혀낼 수가 있게 된다”고 말했다.

주자는 ‘격’을 ‘이른다(至)’는 뜻으로 보아 ‘격물’을 ‘만물이 지닌 이치를 추구하는 궁리(窮理)’로 해석해 ‘모든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 가면(格物) 앎에 이른다(致知)’고 하는 ‘성즉리설(性卽理說)’를 확립했다.

왕양명은 주자의 가르침을 실천에 옮겼다. 그는 먼저 이치를 캐내기 위해 대나무 한 그루를 오랫동안 세심하게 관찰하고 심지어는 갈라 보기까지 하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그러나 이치를 명확하게 알아낼 수가 없자, 주자의 이론에 의심을 품고 다른 방향에서 궁구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어 냈다.

격물의 ‘물’이란 사물을 가리키는 것이니 ‘사(事, 일)’이다. ‘사’란 부모를 모시거나 임금을 섬기는 일 따위와 같이 일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을 말한다.

그러므로 ‘사’의 이면에는 마음이 있으며, 마음의 겉에는 달리 물건이나 이치가 있을 리가 없다. 때문에 격물의 ‘격’이란 ‘바로 잡는다’로 해석해야 한다. 일을 바로잡고 마음을 바로잡는 것이 바로 격물이다.

악을 버리고 마음을 바로 잡음으로써 사람의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양심과 지혜를 밝힐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치지(致知)’다.

왕양명은 양지(良知)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물욕(物欲)을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해 격을 ‘물리친다’는 뜻으로 풀이한 심즉리설(心卽理說)을 확립했다.

주자의 ‘격물치지(格物致知)’가 지식 위주인 것에 반해, 왕양명은 도덕적 실천을 중시해 주자학은 이학(理學)이라 하고, 양명학은 심학(心學)이라고도 한다.

<국전서예초대작가·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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