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대전둔원고등학교장

그러니까 지금부터 44년전인 1976년 범어사에서 펴낸 책 중 숭전대 안병욱 교수의 ‘하루에 한번쯤은’이라는 수필집이 있다. 그 책의 생과 사를 넘나드는 솔직 담백하며 인간미 넘치는 글이 시간이 한참지난 지금도 나의 가슴에 와 닿는다.

그 책에서 안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주위에 감각적 자극이 너무나 많다. 현대인은 인간의 말초신경에 간지러운 자극과 흥분만 일으켜주는 감각적 향락의 도가니 속에서 살아간다. 현대인은 생각하기 전에 먼저 느끼고 감각한다. 이는 생각하는 갈대가 아니고 느끼는 갈대다. 지식은 많아도 지혜는 적다. 공연히 분주하기만 하고 조용한 한가의 시간이 드물다. 현대인은 생각하는 갈대가 아니고 생각을 안하는 갈대요, 생각 못하는 갈대로 전락하고 있다. 사물과 현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현대인의 머리는 남의 사상으로 가득 차 있고 그의 지식은 잡다해 통일과 체계가 없다. 지식의 과잉과 지혜의 빈곤 이것이 현대인의 불행한 정신적 상황이다.

현대인은 확고한 주체성이 없다. 인간 생활에 지도와 질서를 주는 것이 지혜다. 지혜는 곧 질서다. 우리는 잡다한 지식의 노예가 되지 말고 생활에 통일과 질서와 조화를 주는 지혜의 소유자가 돼야 한다는 말로 그 시대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 말은 반백년이 되가는 지금도 우리가 새겨듣고 생각할 바가 크다.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고 한다. 한 번은 존재하기 위해 태어나고 두 번째는 정신적 탄생으로 깊은 자아와 자각의 탄생을 의미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생각하고 살기위한 탄생이다. 인간의 높은 존엄과 품위를 간직하고 진정한 자아의 자각과 확립을 위해 우리는 깊은 의미에서 생각하는 갈대가 되어야 한다. 4차와 5차 산업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새로운 문화와 삶의 방식이 전자화 되고 자극적이 되면서 이제는 먹는 것도 배고파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해 먹고 취미생활도 심심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족하고 즐겁기 위해서 한다. 취직도 인간관계도 내 마음에 들어야 하고 모든 생활은 컴퓨터와 핸드폰 앱을 통해서 시·분·초를 다투며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만족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와 목표가 있지만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이고 바람직한지는 깊이 있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문명이란 것이 자연환경과 여건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루에 한번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방향과 질이 옳은 것인지 과연 나는 바르고 멋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수많은 연기와 탄식 속에서 분명한 것은 내일이 온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 내일을 잘 준비해야하는 것이다. 교육과 인생은 그 안에서 커가는 식물과 같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