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상명대학교 글로벌금융경영학과 교수

조령모개와 조삼모사는 운율이 비슷해 헷갈리는 고사성어다. 조령모개란 법령을 자주 고쳐서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하며, 조삼모사는 잔 술수를 이용해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모습을 일컫는다. 온 나라가 올림픽 개최에 열중했던 1988년 국민연금은 40년 가입 평균소득자에게 7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하며 출범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은 9%였으나 기업과 개인 부담을 고려, 3%로 시작해 1998년부터는 9%로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가입기간 20년부터 완전 수급자격이 주어지니 당시 가입자는 10년 간 필요보다 적게 냈다. 이후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인해 70%와 9%의 매칭도 유지하기 어려워 정부는 두 차례의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그런데 보험료 인상은 엄두도 못 내고 급여수준을 1998년에는 60%로 2007년에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로 각각 낮췄을 뿐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첫 수급자가 나오기 전에 두 차례나 급여를 줄인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개혁 대상이 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선천장애를 우려해 태아수술을 두 차례나 한 셈이었다.

이를 놓고 무리한 제도를 장기간 방치해 혼란을 초래하느니 수급자가 별로 없는 시기에 법을 개정하는 것이 좋았다는 평가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조령모개를 두 번 한 셈이다. 처음부터 저부담 고급여로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되돌리겠다고 공약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국민연금개혁 초안을 마련했다. 소득대체율을 건드리지 않은 채 보험료율을 9%에서 단계적으로 15%까지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보건복지부의 안은 그야말로 인구 고령화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재정안정화와 노후소득보장의 균형을 맞추고자 머리를 쥐어짠 결과였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은 5공 이래 일곱 명의 대통령들이 마다했던 뜨거운 감자지 않은가. 난처한 문 대통령은 그 안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반려하고 기초연금과 퇴직연금까지 포함한 연금개혁을 논의하라고 지시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조삼모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 토론 시 유승민 후보가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자는 것은 결국 세금을 더 걷자는 것 아니냐고 묻자 문 후보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대답한다. 아마도 문 후보는 퇴직연금을 염두에 뒀으리라 추측된다. 당시 대선캠프에 있던 몇몇 브레인들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통합을 제안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퇴직연금은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제도이므로 국민연금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가 건드리기 어려웠을 것이고, 이를 안 대통령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러 연금제도를 총체적으로 보라며 교통정리를 한 것이다.

퇴직연금은 부담률이 8.33%이며 도입된 지 10년이 조금 지났기에 소득대체율은 기껏 15% 정도다. 이를 국민연금에 편입하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5% 이상으로 올리면서 소득대체율을 60% 선까지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국민과 기업의 입장에서는 둘을 합치나 따로 있으나 부담과 급여는 비슷하게 되니 반대할 이유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마냥 그런가 보다 한다면 조삼모사의 대상인 원숭이가 되는 것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오히려 연금제도 간 통합을 논하자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수직적 통합이 아닌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과 같은 특수직역연금과의 수평적 통합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적어도 형평에 맞고 보다 정의롭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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