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근 ETRI 융합표준연구실 책임연구원

영어로 트윈(twin), 우리말로 쌍둥이를 위키백과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돼 있다. “쌍둥이는 한 배에서 자란 두 명의 태아다. 보통 연속적으로 태어나며, 이성 혹은 동성으로 태어난다. 쌍둥이는 일란성 혹은 이란성으로 분류된다. 옛 토박이말로는 갈오기라고 했다. 쌍생아라고도 한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거의 동일한 DNA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거울을 보는 것처럼 서로 닮아 있다. 그리고 IQ나 성격 등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욱 비슷해 진다. 디지털 트윈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디지털 세계에 만들어진 쌍둥이쯤이라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을 듯하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이나 시스템의 디지털 버전’, ‘물리적 기계 혹은 프로세스의 소프트웨어 모델’, ‘물리적 자산에 대한 살아있는 디지털 시뮬레이션 모델’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서 무엇에 쓰는지를 알려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객체들에 대한 디지털 복제로서, 물리적 객체의 수명주기 즉 만들어져서 사용되고 수명이 다해 폐기되는 전 과정 전체에 걸쳐 대상 객체의 속성이나 상태가 디지털 트윈에 동일하게 유지되며 이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의 동적 성질이 그대로 묘사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컴퓨터에 구현된 디지털 트윈은 대상 객체의 데이터(대상 객체가 생산하는 데이터와 대상 객체를 관찰한 데이터 등)를 이용한 동기화를 통해 객체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주게 되므로 사람은 대상 객체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

디지털 트윈이 지원하는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현실 상황을 반영하면서, 디지털 트윈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거나, 단순한 제품일 수도 있고 복잡한 시스템일 수도 있는 객체의 최적 운영 조건을 계산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은 설계의 수정이 제품 혹은 시스템의 동작 및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그 이유를 분석해 최적의 성능을 내기 위한 설계를 포함하기도 한다.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거나, 최적의 운영 조건을 찾아 준다는 것은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생산성, 경제성, 안전성 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현재 디지털 트윈은 제조, 전력, 의료, 항공, 자동차, 스마트 도시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최적화, 성능 분석 및 관리, 고장 진단, 사전 정비 등을 지원하는 기술로 각광 받고 있다.

필자는 현재 제조 분야에서의 디지털 트윈 국제표준화를 2017년부터 수행중이다. 2015년부터 스마트팩토리 관련 국제표준화도 수행했다. 전통적인 제조 방식에 최신의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제조 혹은 그러한 공장을 흔히 스마트팩토리(스마트공장), 디지털제조(디지털공장) 등으로 부른다.

이러한 분야의 국제표준화를 수행하다 보면 정보통신기술 분야를 공부한 사람에게는 매우 낯선 산업공학 영역이 다가온다.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매우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서로 쉽게 통하지 않을 때도 있고, 산업공학 분야에서 매우 기초적인 용어를 이해하지 못할 때도 많다.

물론 디지털 트윈의 응용분야가 제조부터 도시까지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기술과 섞이는 융합의 성격을 띠고 있기에 이해는 된다. 마침 필자가 속한 연구실의 이름도 융합표준연구실이다.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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