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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범·충남본부 천안담당

천안에서 가장 ‘핫’하다는 곳에 사는 선영이(가명)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다. 교육 여건이 강남 못지않다는 지역에 살고 있지만 선영이의 학교생활은 즐겁지가 않다.

아이들이 너무 많아 쉬는 시간 급한 볼일을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고, 점심밥도 11시쯤부터 학년을 돌아가면서 교대로 먹는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20여 명 정도에 알맞게 설계된 교실에 30명이 넘는 친구들과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지역 내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등에 들어선 학교마다 과밀학급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사태의 원인은 교육당국의 사전 학생 수요예측이 빗나간데 있다. 인근의 주거용 오피스텔 등에서의 수요를 미처 고려하지 않고 1가구당 평균 학생수를 0.3명으로 예측한 것이 원인이었다. 백석동과 불당동, 차암동 등에 들어선 초등학교들은 개교 1~2년을 버티지 못하고 교실 증축 공사에 들어갔다. 이곳에 다니는 교사들도 학급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교육의 질이 높아져 교사 한 명 당 교육 인원은 갈수록 줄고 있는데 이곳에선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학교 관리자는 물론 교사들마저 기피하는 곳이 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일부 학교에선 교실 증축 문제를 두고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몰려가려는 움직임마저 보인다. 앞으로도 학생수가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되는데 교육청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교육청도 미리 준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이 학교 교실 증축 관련 예산을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심의했는데 “추이를 지켜보자”며 절반의 예산만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들의 교육과 관련한 사안에는 정치나 여타 어른들의 이해관계가 개입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예전엔 한 반 인원이 지금의 2배나 될 때도 있었다는 ‘옛날 사람’들은 비슷한 말조차 꺼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도 우리 아이들은 매일매일이 즐거운 곳이 아닌 불편한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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