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진 前 한국총포협회 중앙회 회장

지난해 식당업을 하는 50대 여성이 식당운영이 어렵게 되자 혼자서 못 박는 타정총을 들고 은행을 털었다. 그러나 타정총은 총구를 벽면에 밀착하고 누르면서 방아쇠를 당겨야 못을 박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여성은 은행벽면에 못 6발을 발사해 꽝 하는 소리로 은행직원들을 위협하고 현금 2754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고 하니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은행직원들도 군에 갔다온 분들이 많고, 장총·소총·권총 등의 외형과 발사원리를 잘 알 것인데 이런 허술한 방법에 속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2015년 2월 25일과 2월 27일 등 두 차례 엽총사건으로 8명이 목숨을 잃자 일부 방송은 엽총으로 수박과 맥주병을 깨뜨리는 화면을 보여주면서 엽총이 '수박과 맥주병'을 산산조각 낼 수 있는 위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공기총도 수박과 맥주병을 깨뜨릴 수 있는데 하물며 엽총은 공기총 위력의 20배가 넘는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면 엽총위력을 극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까?

총포화약법(약칭)시행령 제6조의2는 '분사기(가스총)는 사람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최루 또는 질식 등의 작용제를 내장된 압축가스의 힘으로 분사하는 기기'라고 정의하고 있어, 실제 권총과 모양이 동일해도 약제 통에 '내장된 압축가스'가 없으면 허가 없이 제조·판매·소지할 수가 있다. 허가 없이 소지할 수 있는 분무기는 아이들 장난감 물총처럼 방아쇠를 연속해 당겨주면 약제 통에 공기가 들어가면서 약제를 밖으로 밀어내는 원리다. 이런 원리는 가정에서 빨래를 다림질할 때 물을 뿌리는 분무기로 이해하면 되는데, 다림질할 때 사용하는 분무기는 작은 입자의 물방울이 넓게 퍼져 나가지만 호신용 분무기는'내장된 압축가스'가 없기 때문에 약제를 한 줄로 모아야 2m이상 날려 보낼 수가 있어 범인얼굴을 맞힌다는 것은 매우 힘이 든다. 그러나 압축가스가 내장된 가스총은 작은 입자가 반경 50㎝가량 원을 그리며 3m이상 날아가므로 범인의 얼굴을 쉽게 맞힐 수 있다. 따라서 허가제품과 비허가 제품의 성능이 확연히 다르지만 비허가 제품이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는 것은 분무기의 성능을 잘 모르고 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총포화약법(약칭)시행규칙 제2조의3은 전자충격기의 성능기준에서 실효전력·절연상태·실효전류·최대전압 등 전류와 전압의 상한선만 규정하고 하한선이 없어, 전자충격기로서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도 허가를 얻어야 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0mA이하의 전자 충격기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판결(2003노 6324)한 바 있어, 10mA이하의 전자 충격기는 허가를 얻지 않아도 제조·판매·소지할 수가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총기처럼 생긴 분무기와 전자충격기의 외형과 불빛만 보고 성능은 간과한 체 호신용으로 구입하고 있고, 심지어 금융기관에서도 이런 조잡한 제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특히 금융기관이 가스총과 전자충격기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총·칼 등 무기를 들고 저항하는 범인을 검거하기 위한 것인데 이런 조잡한 제품으로 범인을 제압한다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사고로 이어 질 수가 있다.

또한 가스총약제는 2년이 지나면 약제 자체에서 화학반응을 이르켜 성능이 급격히 떨어져 가스총으로서 효력이 없어지지만 약제를 교체하지 않고 몇 년 식 방치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총기를 알아야 총기관련 범죄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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