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균 ETRI 중소기업협력부장

요즘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창업자에겐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정부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향후 5년간 190조 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대전시 역시 4차산업혁명특별시를 천명하며, ‘대전 스타트업파크 조성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전형 엑셀러레이터에 의한 공공기술 창업화를 통해 대전이 혁신창업의 근간이자 새로운 모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대전이 타 시·도보다 혁신창업을 위한 여건은 잘 갖춰져 있다.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인 팁스(TIPS) 스타트업이 68개로 수도권을 제외한 대한민국 전 지역을 합친 것보다 많고, 창업기획자를 뜻하는 엑셀러레이터도 14개로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치다. 무엇보다 15개에 달하는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원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공공기술을 창업화하겠다는 대전시 입장을 볼 때, 정부출연연의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혁신창업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본다. 20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출연연구원 창업이 매년 수십 개씩 이어졌지만, 벤처버블이 붕괴된 이후에는 연구원 기술창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필자가 속한 연구원에서는 2011년부터 ‘ETRI 예비창업지원제도’를 만들어 매년 꾸준히 기술창업을 이어오고 있다. 필자는 예비창업자를 위해 몇개 의미 있는 기술창업 사례를 소개해 본다.

우선 2012년 설립한 ㈜호전에이블(문종태 대표)은 예비창업 1호 기업으로 휴대폰이나 반도체 접착 소재로 사용되는 패키지 전극소재 제조 기업이다. 문 사장은 사업초기 분말제조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고민하던 중 관련분야 산업계 퇴직 전문가의 도움으로 해결했고 중국시장 진출의 기반까지 다졌다. 문 사장은 “기술이 아닌 제품을 가지고 창업하라 그리고 외부 전문가와 함께 해 그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한글주소인식기술’의 국내 최고 개발 주역인 ㈜가치소프트(김호연 대표)는 우편분야 SW 강소기업이다. 현재 영상처리분야에서 물류자동화 분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고, 화물구분용 다면 스캐너의 국산화를 통해 외산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 중이다. 김 대표는 “상용화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를 미리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2014년 창업한 ㈜알씨엔(임춘식 대표)은 고경력 연구자 창업의 모범사례라고 볼 수 있다. 임 대표는 예비창업 지원이 끝나자마자, 정년퇴직과 동시에 혼자 창업한 사례다. ITS 기술을 이용한 차량IT단말 및 관련부품 업체인 ㈜알씨엔은 지난해 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임 대표는 “사업의 성패는 기간이므로 정부사업에만 의존하지 말고 3년 내 회사 고유의 수익사업 위주로 전략을 짜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100G 이더넷 광트랜시버 기술을 바탕으로 2015년 창업한 ㈜옵텔라(이상수 대표)의 경우 미국 통신부품 기업에 M&A된 사례이다. 창업 초기부터 광부품 기술개발과 더불어 미국 법인 설립을 통해 고객인 미국 통신사와 투자자를 지속적으로 만났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작년 M&A가 성사된 케이스다. 이 대표는 “내가 갖고 있는 기술과 아이템이 남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5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원에는 수십만 개의 기술과 특허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자 입장에서는 어느 것이 보석이 될지, 쓸모없게 될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제 대전시에서 팔을 걷고 공공기술을 활용해 스타트업파크를 만든다고 하니 원석이 보석이 되도록 대전시-정부출연연-대학-엑셀러레이터가 합심해 혁신창업기업이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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