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 충남도 농림축산국장

고려인삼은 BC 4세기경부터 천연생약재로 그 약효가 신묘한 영약(靈藥)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일조량이 50일 가량 더 긴 탓에 고려인삼은 일찍이 불로장생의 성약(聖藥)으로 그 성가(聲價)가 매우 높다. 한방의서의 원본으로 불리는 중국의 신농본초경(神農本草徑)에도 품질 좋은 인삼은 주로 고구려에서 들어온 것이라 적었을 만큼 고려인삼은 그 유서가 깊다.

인삼의 효능에 전 세계가 주목하면서 고려인삼의 명성은 세상에 널리 퍼져 나갔다. 1990년대 우리나라 인삼산업은 농산물 수출액의 21%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품목’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인삼산업은 국·내외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캐나다와 중국은 저가 인삼 공세로 거세게 도전하고 있고, 새로운 건강식품들은 인삼 소비량을 위축시키고 있다. 게다가 약리작용이 탁월한 고려인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몇몇 나라들은 아예 고려인삼 종자를 가져다 대규모 재배를 계획하고 있다. 인삼산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날로 침체하는 고려인삼의 세계적 명성과 위상을 되찾기 위해 충남도는 고려인삼의 종주지이자 전국 수삼의 70% 이상이 거래되는 대표적 집산지인 금산에 지난 3월 ‘충청남도인삼약초세계화추진단’을 개소했다.

이는 고려인삼 유통·가공의 메카인 금산이 고려인삼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가겠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었다. 또한 민-관이 현장에서 소통하며 신속하게 현안과제를 풀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이었다.

고려인삼의 명성과 위상정립은 더 이상 지역 인삼농가 및 산업관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인삼시장의 변화에 맞서기 위해선 국가적인 정책 추진이 절실하다. 그동안 충청남도는 인산·약초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금산이 인삼·약초산업 메카로서 위상이 공고해지도록 하고자 노력해왔다. 지난해 12월 ‘충남인삼약초산업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5개 부분 24개 세부사업에 2023년까지 약 746억원의 투자계획을 수립했으며 지난 1월에는 ‘충청남도 인삼산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위에 ‘인삼약초세계화추진단’은 고려인삼 산업발전을 위해 △예정지관리부터 가공단계까지 안전성 확보 △소비시장 맞춤형 전략적 마케팅 지원 △인삼시장 유통질서 확립 △금산인삼의 세계농업유산 등재와 연계한 홍보 및 관광산업 개발 △인삼약초산업의 재도약 및 세계화를 위한 전략적 수출지원 △민·관·학·연 공동 거버넌스 체계 구축 및 운영 등 6대 시책에 매진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인삼류 수출은 1억 8774만달러(한화 약 2112억원)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바닥을 찍은 인삼류 수출이 2년 연속 큰 폭의 반등에 성공하면서, 올해에는 사상 최초로 2억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승 기세에 ‘추진단’이 기폭제가 되기 위해선 충남 지방정부의 의지에 인삼산업의 주체인 농업인과 유통·가공 업체의 참여와 실천이 더해져야 한다. PLS에 따른 허용농약 사용과 GAP 인삼재배 확대, 가공업체의 HACCP, GMP 인증 등 안전한 제품 생산, 투명한 유통거래 질서 확립으로 민-관이 함께 ‘생명의 고향 미래의 땅’ 금산에서 고려인삼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활짝 열어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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