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용 후 기침·말 많이 하면
사용자 침에 젖어 기능 저하
中 저기능 필터는 더욱 심각
수분 저항력 평가 아직 없어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KF 수치가 높은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도 기침이나 말을 많이 하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마스크 표면이 사용자의 침, 즉 수분과 만나 젖게 되면 필터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기 때문이다.

시중에 파는 미세먼지 마스크의 일반적인 착용시간은 최대 하루로 권장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는 표기돼 있지 않다.

KF 수치가 높은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한다 할지라도 착용 방법이나 환경 등 개인에 따라 예방 시간이 각각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코와 입 등 호흡기와 접촉해 침이 닿을 수밖에 없는 미세먼지 마스크가 수분을 만났을 때다. 착용 후 말을 많이 하거나 잦은 기침 등으로 마스크 필터가 수분에 다량 노출될 시 KF 등급과 상관없이 미세먼지 마스크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건용 마스크 대부분이 일회용이고, 빨아서 재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는 점도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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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하는 KF 검사는 △초기여과효율 △정전여과효율 △압력손실 △내구성 △밀폐율 등을 평가하는데 현재 마스크 필터가 수분에 어느 정도 저항하는지 즉 ‘수분 저항력’에 대한 항목은 없다. 현재로서는 ‘분진포집효율’로 분류해 미세 입자 크기에 따른 차단률을 KF+ 수치로 등급화할 뿐이다.

마스크 업체들이 원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산 저기능 필터를 사용해 제조한 경우라면 성능은 더욱 저하될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산업용섬유그룹 김연상 수석연구원은 “현재 식약처 KF등급 허가 기준 자체가 높지 않다. 외부 공기 유입, 내구성 등을 기준으로 권장 시간을 하루 정도로 잡고 있지만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예방 시간은 급격히 단축될 수 있다”며 “마스크와 침의 상관 관계가 분명하지만 수분저항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대부분의 미세먼지 마스크가 소수성(물에 대해 친하지 않은 성질) 재질이기 때문에 ‘수분 저항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특정 착용시간을 표기하지 않는 이유는 개인에 따라 착용 방법, 습관 등 생활환경이 달라 표준화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성인인지 아동인지, 혹은 일반인인지 환자인지에 따라 호흡 성능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착용 시간을 명료화하는 것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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