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호 대전시 도시재생주택본부장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 골목에서는 노란 복수초보다 먼저 봄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샛노란 등대! 봄을 알리는 노란 산수유, 개나리도 아직 때가 이른데 말이다. 바다 먼발치에서나 볼 수 있는 등대가 노란색의 모습으로 도심의 골목 언저리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서 도심의 한 공간으로 이끌게 한다. 우리시 대화동의 노란 '도심으로 돌아온 등대'이야기다.

오랜 세월 폐가로 둘러싸인 대화동 어린이 공원에서는 아이들이 신나고 안전하게 뛰어 놀 수 없게 되었고, 동네분위기는 점점 더 삭막해져 갔다. 폐가가 늘어나고 인적이 드물어지자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게 되어 더욱 더 슬럼화된 으슥한 공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대화동 어린이 공원이 노란 등대사업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망망대해의 불안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배와 사람을 안내하는 바다의 등대와 같이 슬럼화된 구도심에서 떠났던 사람들이 이제는 안심하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말이다. '도심으로 돌아온 등대'는 안전, 희망, 낭만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어두운 거리를 환하게 밝히고, 안전한 골목길로 찾아오게 하고 싶다는 희망을 표현한 것이다.

아이들이 웃고 뛰어놀고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담소를 나누며 지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회복해야만 했다. 대전시에서는 주민들의 희망적인 의지를 읽었고 우리는 삶의 터전이 되었던 곳을 다시 안전한 환경으로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범죄예방 환경설계 디자인이라는 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전문기법을 적용하기로 하였다.

2016년 9월부터 최근까지 대화동에서 진행된 '도심으로 돌아온 등대' 안전브랜드 사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사업이 아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주민협의체와 여러 참여 기관이 주기적으로 협업하여 범죄발생이 우려되는 사각지역을 찾아내고 개선방안을 고민해 나갔다.

구도심 안전 환경 설계 디자인 과정에서 대화동의 희망찬 이미지를 떠올리는 주민들의 의지를 키워드로 추출하였고,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만들게 되었다. 안전과 회귀의 의미를 함축하는 등대를 활용하여 심벌, 로고, 엠블럼까지 만들어졌고 대전시에서는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위한 특허출원 행정절차를 진행 중에 있으며, 금년 8월까지 상표등록을 완료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최근 대화동 주민을 대상으로'도심으로 돌아온 등대'사업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야간취약지역이 65%이상 개선되었고, 범죄예방이 80%이상 효과가 있었으며, 또한, 대덕경찰서 조사결과 전년대비 범죄율이 7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범죄예방 효과를 확인하였다.

이에 대전시에서는'도심으로 돌아온 등대'안전브랜드를 셉테드(CPTED) 모델로 추진하고 있으며 금년에도 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도심으로 돌아온 등대Ⅱ, Ⅲ'를 기획하고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기로 했다.

앞으로 '도심으로 돌아온 등대' 안전브랜드사업을 도시재생 뉴딜사업과도 연계하여 추진하는 등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더 나아가 UN-HABITAT와의 협력 및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대전시 자매도시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우리시 안전브랜드를 수출할 계획이며, 무엇보다 대전 구도심의 어둡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을 시민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거닐 수 있는 '범죄 없는 대전의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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