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호 대전본사 편집부장

[충청투데이 노진호 기자] 얼마 전 대전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남쪽의 한 도시에서 큰 경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프로야구 NC다이노스의 새 홈구장인 '창원NC파크' 개장식이었다. 창원NC파크는 국내 최대의 개방형 야구장으로, 2만2000석 규모다. 지난 18일 개장식을 찾았던 팬들과 구단 관계자, 언론인들은 '메이저리그식 관중친화적 야구장'을 표방한 창원NC파크의 위용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부러우면 지는 것인 줄 알면서도 부럽다.

창원에서 3시간 정도 북쪽으로 올라와야 하는 대전도 야구장 때문에 시끄럽다. 자치구 간 유치 경쟁이 '필요이상으로' 과열되면서 삭발·단식 등의 흉흉한 소식이 들렸다. 결국 대전의 새 야구장은 중구 한밭종합운동장 부지로 결정됐다. 가장 무난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럴 거면 굳이 분란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시민들이 선택한 '시장님'이 다 생각이 있으셨을 것이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을 테니 더 따지고 싶지는 않다. '높으신 분'들이 다 알아서 잘 하시겠지…. 사실 야구장은 어디보다 어떻게 짓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야구장 부지 선정 과정에서 팬들과 구단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모르겠다. 혹시 지금은 반영되지 않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앞으로 들으면 되니까….

창원시가 2011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NC다이노스 유치로 인한 직·간접적 지역경제 효과가 해마다 1조 1256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그 말을 다 사실로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엄청난 거금이다. 그리고 아마 야구장을 새로 지으면서 그 기대금액은 더 올라갔을 것이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프로야구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야구장의 규모나 지자체의 지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관중 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야구장을 짓고 그 팀의 성적이 좋아도 팬들이 외면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유감스럽게도 한화이글스의 야구 수준이 엄청나게 뛰어나서 경기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분위기가 좋고 그러다 보니 야구가 재미있어 지는 것이다. 또 한화이글스가 이기는 것을 보려고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팀이 그리고 그 선수들이 많이 이겨서 행복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식 관중친화적 야구장'이라는 창원NC파크지만, 명칭으로 인한 잡음이 일고 있다. 올해 초 창원시의회에서 구장 명칭을 '창원NC파크 마산구장'으로 수정한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갈등은 촉발됐다. 결국 지켜보던 팬들은 23일 삼성과의 개막식 때 창원시장을 향한 야유 퍼포먼스를 펼치기로 하는 등 집단 대응에 나섰다. 그러면서 NC팬들은 "더 이상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되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멋있다, NC팬들.

대전의 새 야구장도 이제 정치의 영역에서 벗어나 스포츠의 영역으로 다뤄져야 한다. 팬들이 원하는 야구장에 대한 생각도 듣고, 그 유명한 허프라(허구연 해설위원) 등 전문가들의 의견도 듣고, 비행기 타고 미국에 가서 메이저리그 구장도 직접 벤치마킹 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구단과 함께 의논해야 한다. 한화이글스가 그리는 그들의 야구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맞춰 새 야구장을 지었으면 좋겠다. 투수친화형이 좋은지, 타자친화형이 좋은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물론 가장 좋은 야구장은 '시민친화형'이다. 필자는 시장님을 믿고 기다리며 지켜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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