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장

따뜻한 봄기운에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나고 꽃샘추위도 지나 이제 완연한 봄기운이 돈다. 기온은 갈수록 상승하며 계절은 봄으로 향하고 있지만 필자는 오늘도 봄기운의 활력을 만끽할 수도 마음껏 기지개를 켤 수도 없는 힘든 나날들 속에 지낸다.

2년 연속 한화 대전사업장 폭발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 탓에 우리지역은 아직도 엄동설한(嚴冬雪寒)이 이어지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한화 대전사업장은 국산 다연장 로켓 등 첨단무기 발사 추진체를 만드는 국내 주요 방산업체로 폭발물을 다루는 사업장인 만큼 위험공정이 아주 많은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관리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할 곳임에도 지난해 5월 폭발사고로 5명이 숨지고 지난달에도 비슷한 폭발사고로 3명이 사망했다. 불과 9개월 사이에 총 8명이 사망한 것이다. 계속되는 산업현장 안전사고가 속출하면서 안전불감증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 사업장에서 안전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한 사례가 여러차례 반복해 일어났다는 것과 직원들이 위험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안전대책을 요구했음에도 무시해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대전시의원들은 한화 대전사업장의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로 8명의 생명을 앗아간 것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안전대책 수립·시행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전시 역시 부랴부랴 폭발 사고와 관련하여 후속 안전 대책을 내놓았지만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 한화 대전사업장 폭발사고가 난 뒤에도 관계당국은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약속을 했지만 지금도 위험한 작업 현장은 개선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다. 약속하고 지키지 못한다면 신뢰는 무너져 시민들은 허울뿐인 안전대책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번 사고는 어찌보면 예견된 것이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인재라고 볼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관계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은 물론 눈가리고 아웅식이 아닌 제대로 된 안전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때이다. 되풀이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당장 눈앞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안전을 가지고 타협하거나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잊을 만하면 재발하는 이런 참사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탓이기도 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크게 불안해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공감하지 못하고 여전히 안전불감증의 늪에 다시 빠지고 만다. 반복되는 사고와 위험에 아무렇지 않게 익숙해져 버린다면 시민은 내성이 생겨 나중에는 더 큰 사고에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말 것이다. 설마하는 순간에 대형 사고가 일어나고 아차하는 순간에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을 수 있다. 정부의 지원과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 실천이 필요하다.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안전에 관심을 가지고 안전을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종 위험에 미리 대비하고 예방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안전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는 노력과 시의적절한 대비를 해야만 보장받을 수 있다. 우리가 '편안'하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귀찮고 힘들더라도 선제적으로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개인의 건강과 행복이 보장되려면 무엇보다도 안전한 지역사회가 기반이 돼야 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안전문제 방치로 연일 근로자가 숨지는 사건 사고를 끊임없이 접하며 다시 냉혹한 현실과 마주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희망의 상징인 봄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2019년 대한민국에도 봄은 왔으나 우리가 원하는 봄이 아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자연의 봄처럼 시민의 안전에도 늘 봄이 올 수 있도록 그때그때 임시방편이 아닌 지속적으로 실천 가능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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