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참모장으로 국정전반 조율 탁월
반기문 스카우트에 중기 현장소리 청취
캐스팅보트 쥔 충청권 대권주자 시각도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면담하고 있다. 이날 반기문 전 총장은 노영민 비서실장이 공식 요청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치적 보폭을 넓혀 가고 있다. 노 실장은 청와대 참모장의 역할을 넘어 경제계까지 살뜰히 챙기는 것은 물론 지난 대선을 앞두고 '충청대망론'의 주역으로 꼽혔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스카우트'하는 역할까지 하는 등 국정 전반을 조율하고 있다.

노 실장은 최근의 두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곳곳에서 참모장 이상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19일 한 식당에서 김기문 신임 중기중앙회장과 임원진을 만나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주문'을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1월 8일 노 실장을 임명한 직후 "정책실장 뿐만 아니라 비서실장도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노 실장은 16일에는 반기문 전 총장을 만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위원장직을 맡아달라는 문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고 반 전 총장은 제안을 수락했다. 수락과 관련해 반 전 총장이 '정계복귀'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불거졌다.

이렇듯 국정 전반을 조율하는 노 실장을 두고 이른바 '영충호' 국정 삼각축의 하나로 온전히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 삼각축은 경남 거제가 고향인 문 대통령을 정점으로 전남 영광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와 충북 청주인 노 실장을 일컫는 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 속에 노 실장이 관리형이 아닌 실세형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 실장을 잠재적 대권주자로 점치기도 한다. 먼저 청와대 1기 비서진을 이끈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참모장을 거치면서 대권주자로 부상한 점이 배경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노 실장이 참모장 이상의 역할을 잘 수행하면 정치역량이 자연스레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캐스팅보트'로 불리는 충청권 출신인 점이 작용하고 있다.

즉 호남과 수도권에다가 충청권까지 한데 묶어 '대선 일전(一戰)'을 치를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노 실장이 원래 속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이 호남과 수도권인 게 기저에 깔려있다. 이런 맥락에서 대선 때 영남권 출신 문 대통령이 더 강한 경쟁력을 보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역의 한 인사는 "청와대 비서실장이란 직(職)은 국정을 보는 자리"라며 "노 실장이 무엇보다 현재 맡겨진 일을 잘 감당해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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