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필룡 대전농협공판장 사장

1985년 일본 후생노동성의 평균수명 통계에서 오키나와는 1위를 기록했다. 1993년 오키나와 오기미 마을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세계 최고의 장수촌'으로 인정받아 '일본 제일 장수촌' 기념비가 세워졌다. 이 선언비에는 '80살은 어린아이며, 90살에 저승사자가 데리러오면 100살까지 기다리라고 돌려보내라'는 오키나와 엣 속담이 쓰여 있다. 하지만 이 기념비가 세워지고 30년도 채 안돼 그 말이 무색해졌다. 2000년 통계는 남성평균 수명이 전국 47개 중에서 26위로, 2010년은 30위로 내려앉았다. 더 심한 것은 평균수명 가운데 병에 걸리지 않고 일상생활을 보낼 수 있는 기간이 남성은 전국 꼴찌인 47위, 여성은 46위였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이 패망 후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부터 70여 년간 해조류나 채소류 등 오키나와의 전통적인 건강식은 점점 사라지고, 패스트푸드·가공식품들로 음식문화가 변하면서 나타났다. 특히 오키나와인의 하루 채소 섭취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전국 1위인 나가노현의 약 70%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서구식 식습관으로 바뀌면서 오키나와는 불과 30년도 안 돼 '장수 마을'에서 '단명 마을'이 됐다.

최근 10년간 한국인의 사망과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흡연, 음주, 고혈압, 신체활동 부족, 대기오염 등 다양하지만 그중 식품으로 인한 건강위험이 전체 사망자, 장애의 10%를 상회했다. 청소년기부터 올바른 식습관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은 4명 중 1명은 일주일에 3번 이상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고 있고, 각종 패스트푸드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청소년들이 먹는 음식은 패스트푸드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들의 주 원료가 동물성 단백질, 지방, 소금, 화학조미료 등으로 청소년들이 성장과 대사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식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농업전망을 보면 1995년 이후 쌀을 중심으로 한 곡물류와 배추 등 5대 채소, 사과 등 6대 과일의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열대수입과일과 육류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1995~2017년간 7대 곡물(쌀, 보리, 밀, 콩, 옥수수, 감자, 고구마)은 연간 1인당 소비량이 191.7㎏에서 137㎏로 줄었고, 1인당 5대 채소(배추, 무, 마늘, 고추, 양파) 소비량은 131.3㎏에서 116.1㎏으로, 6대 과일(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단감) 소비량은 46.4㎏에서 37.6㎏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열대수입과일은 4.8㎏에서 15.8㎏으로, 3대 육류(소, 돼지, 닭)은 27.4㎏에서 49.1㎏으로 증가 되고 있다. 알게 모르게 변화하는 서구화된 식문화는 우리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옛말이 있다. 그만큼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며, 어떤 음식을 먹느냐는 우리 건강에 정말 중요하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계절별로 많은 종류의 농산물이 생산된다. 특히 긴 겨울철 추위를 이겨내고 자라난 다양한 봄채소는 우리 몸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삶의 활력소가 된다. 3월의 계절은 '봄'이다. 우리의 몸도 긴 겨울을 지내고 움츠린 몸과 마음이 쉽게 무기력하게 하는 시기인 만큼 건강관리에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 요즘 오정동도매시장에는 다양한 봄채소가 출하되고 있다. 봄채소 중 어렸을 때 어머님이 끓여주신 쑥국과 냉이무침, 달래장, 돈나물, 두릅나물 등이 간절하게 생각나는 계절이다. 오늘은 온 가족이 모여 봄내음을 먹어보는 즐거운 하루가 되길 소망한다. 식문화에 우리 사회 및 청소년의 건강과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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