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희 대전시 공동체정책과장

대전시는 지난 12일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형 문제해결 복합플랫폼인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 및 운영'사업(이하 '소통협력공간')에 선정되었다. '소통협력공간'은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다양한 지역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직접 실현해가는 사회혁신 공간으로 3년동안 120억원이 소요된다. 중앙부처의 사업 하나 유치한 걸 가지고 유난 떠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2019년 2월에 있었던 행정안전부의 '주민과 지역사회 관점의 사업지원을 위한 관계부처 지역사업 합동설명회' 자료를 보면 마을공방사업 5개소 20억원, 지역사회활성화 기반조성 사업 1개소 5억 1000만원, 2019년도 공공자원 개방.공유서비스 공모사업 10억원 등을 지원하고 있으니 120억원을 유치한 것은 행정안전부 사업으로 제법 큰 재정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소통협력공간'의 선정에 대전시 담당공무원들이 고무돼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번 사업이 유치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민관협업을 통해 만들어 낸 쾌거이기 때문이다.

민선7기 대전시정은 행정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서 다양한 형태의 거버넌스를 만들고,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의 정부'를 만들어 나간다고 밝혔다. 이는 저출산고령화, 실업, 미세먼지등 기존 정부 정책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사회문제가 증가하고 있고, 이 문제들을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다는 절박한 합의속에서 나온 정책기조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적거버넌스는 결코 쉽지않다. 협력적 거버넌스는 본질적으로 주민의 참여와 협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민과 관의 신뢰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협력적거버넌스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이해당사자들이 테이블에 앉는 것에 합의해야 한다. 그러나 테이블에 같이 앉았다 해도 정당성을 가진 대화상대로 인정하기 어려울 뿐아니라, 협력과정 그 자체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이어나가기는 쉽지않은 과정이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적거버넌스를 위해서는 작은 과제를 협업으로 풀어가는 경험이 있어야 하고, 이런 경험의 누적으로 인해 사회적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 '소통협력공간'의 유치 과정은 민관협업을 통해 신뢰를 쌓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시에서는 이번 공모신청을 위해 연구자, 중간지원조직, 마을활동전문가와 청년, 대전세종연구원, 혁신공간운영자 등으로 TF를 구성했다. 이들은 전체 논의를 통해 기조와 방향을 잡고, 각각의 영역을 맡아 제안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서로의 언어습관이 달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이런 과정속에서 끝까지 제안서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대전시민을 위한다는 걸 서로가 믿었기 때문이다. 담당공무원은 사안별 결정을 고집하지 않았고, 민간위원들은 공무원들의 과제를 함께 풀고자 했다. 이번 협업과정의 성공경험은 이후 민관의 협력적거버넌스 방식으로 '소통협력공간'을 설계 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요즘의 사회문제의 특징이 상호관련된 다양한 원인을 가졌으며, 반복되는 정책실패로 다루기가 어려울 뿐아니라 해결책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은 정부만으로도, 시민사회만으로도 풀어갈 수 없다. 명백한 것은 시민사회도, 정부도 문제를 풀어가는 주체로서 협력하여 풀어가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기위해 정부영역의 시민사회의 초대가 일어나는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두 주체간의 신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민관의 협력하는 방식 자체의 혁신이 곧 사회혁신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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