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찬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뇌신경센터 교수

요즘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린다. 자연적인 삶을 주장하는 필자도 마침내는 공기청정기를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미래는 물이 중요하다고 해 수자원공사도 만들고 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공기에 대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세우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물은 사서 먹으면 되지만 공기는 사서 먹기도 난감하다. 그렇다고 미세먼지를 피하려고 멀리 피난 갈 수도 없다.

4대 강물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이 공과를 논하며 치열한 다툼은 있지만 공기에 대해서는 하늘만 쳐다보고, 중국만 바라보는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은 올 2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초보적인 공기에 대한 법이 시행됐다는 것이다.

2016년 OECD는 OECD국가 중 40년 뒤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를 한국이라고 발표했다. 국가통계포털에서 2009년보다 2017년에 폐암 환자가 3.07배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다른 암이 평균 2.25배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것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입방미터(㎥)당 5마이크로그램(㎍)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은 18% 증가하며 조기사망 확률은 7%씩 커진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미세먼지를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이하의 먼지, 그중 2.5마이크로미터 이하는 초미세먼지로 분류했다. 초미세먼지는 폐암과는 연관성이 클 뿐만 아니라 폐의 깊숙한 부위에까지 도달함으로써 폐렴,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과 같은 만성 폐질환을 악화시키고 피 속에까지 침투하여 심장질환, 뇌졸중, 치매 등 다른 만성질환의 악화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예방 및 대처법은 무엇일까?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첫째, 야외활동을 자제하거나 외출을 삼간다. 둘째, 야외 활동 후 실내에 들어오면 샤워를 하고 옷은 깨끗이 털어 보관한다. 셋째, 외출 시는 방진 마스크나 황사 마스크를 착용한다. 콘택트 렌즈는 8시간 이상 장시간 착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넷째, 음식요리 시에는 창문을 열고 환기하거나 주방 후드를 작동시킨다. 다섯째, 호흡기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평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음식으로는 김, 다시마, 미역 등 해조류는 미세먼지 속 중금속과 세균을 배출하는데 도움을 주며, 도라지에 함유된 사포닌은 미세먼지 속 이물질과 세균이 체내로 흡수되는 것을 줄여준다.

미세먼지는 다른 기후재난과 달리 모든 국민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근본 대책으로는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미세먼지의 원인은 중국 반 국내 반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고 우리나라는 화력발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겨울 수도권을 덮친 미세먼지가 어디서 왔는지 조사한 결과 국내와 국외의 영향이 같은 것으로 나타났고, 국내에서는 서해안 석탄 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의 중요한 원인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또 하나 원인은 폐비닐과 플라스틱이다. 폐비닐이나 플라스틱을 태우면 이산화탄소와 유해성 미세먼지가 생성되어 온난화와 대기오염을 유발한다. 시장이나 유통업체에서도 비닐봉지사용을 막고 시장바구니 사용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 폐기물 고형연료는 유해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이 강화된 첨단 시설에서 연소시켜 에너지화해서 저급한 값싼 고형연료가 불법 유통되어 주변 지역의 대기질을 악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자동차도 꾸준히 친환경차로 바꾸어 나가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당연히 일본에서 들어오는 방사선오염 먹거리나 중국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들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 주변에서 만연하고 있는 이런 오염원들을 철저히 관리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러한 노력들이 어떠한 의학적 발전보다도 40년 뒤 조기 사망률 1위를 벗어나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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