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등 판촉 전쟁 규제 기준 실효성 의문부호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1. 대전 서구 둔산동에 거주 중인 최모(34) 씨는 퇴근을 하고 타임월드에서 이마트까지 약 1㎞를 걸어가는 동안 상점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다. 귀를 찌르는 듯 시끄러운 소리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스피커를 걷어차고 싶다’는 충동까지 생긴다. 특히 이동통신사 대리점이나 화장품 가게를 지날 때면 한쪽 귀를 손가락으로 막아야 할 정도다. 

#2. 대학생 이모(21·여) 씨는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를 눈살을 찌푸린 채 빠른 걸음으로 지났다. 이 씨가 걸어가던 거리에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있었고, 대리점 바깥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볼륨을 한껏 높인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다른 골목의 화장품 가게에서도 클럽 음악이 끊임없이 울려댔다. 이 씨는 “거리를 지날 갈 때마다 시끄러운 노랫소리 때문에 짜증이 난다”며 “평소에 즐겨 듣는 노래인데도 너무 크게 틀어 놓으면 불쾌하다”라고 토로했다.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점들이 ‘소음 전쟁’ 수준의 판촉 경쟁을 펼치자 대전 시민이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상점 외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 때문에 시민은 소음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이를 제재하는 확성기 규제기준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지자체는 상점들이 기준을 초과해 음악 소리를 키워도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환경부가 정한 ‘소음 공해 측정 기준’에 따르면 생활 소음을 단속할 땐 피해 지점에서 5분간 측정한 음량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과태료는 적발 횟수에 따라 20만~100만원이지만, 소음 측정 방식을 간파하고 있는 업주들은 단속반이 보이면 잠시 볼륨을 낮춰 적발을 피해 가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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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스피커 소음과 배경 소음을 구분해 단속하기 어렵다는 점도 원인이다. 소음 기준 자체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상업 지역의 소음 기준은 시간대에 따라 60~70㏈, 주거 지역은 60~65㏈이다. 60㏈ 이하의 음량이라면 밤새 스피커를 틀어도 불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허술한 규정 때문에 상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피해는 일상화되고 있다. 둔산동 3층 원룸에 사는 대학생 김모(28) 씨는 "근처 건물 1~2층 술집에서 새벽 4시까지 음악 소리가 울려 구청에 민원도 내봤지만 조용한 것은 하루 이틀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자체는 소음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즉시 현장조사를 통해 자율적인 협조를 권유한 다음 계도토록 하고 있다. 

서구 관계자는 “사업장을 방문해 음악 볼륨을 하양 조정하도록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면서 “갤러리아 타임월드 주변 소음이 큰 상가들에는 안내문 배포 등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도 “민원을 접수받고 단속하러 가면 스피커를 꺼버리는 등 단속이 어려웠다”면서 “최근 으능정이 상인회와 대화가 잘 돼서 앞으로 상인회에서 자율적으로 소음을 자제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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