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검증 못해 무거운 책임감, 검증 시스템 강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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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복귀 터준 '1박2일', 뒤늦은 제작 중단 선언(종합)

"3년 전 검증 못해 무거운 책임감, 검증 시스템 강화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송은경 기자 = KBS 2TV 간판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이 성범죄 피의자가 된 가수 겸 정준영이 과거 같은 논란을 겪었을 때 복귀시킨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제작과 방송 중단을 선언했다.

KBS는 15일 입장을 내고 "KBS는 최근 불법 촬영과 유포 혐의로 수사를 받는 정준영을 모든 프로그램에서 출연 정지시킨 데 이어, 당분간 '1박2일' 프로그램의 방송 및 제작을 중단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중단 기간은 명시하지 않아 사실상 무기한 결방을 예고한 셈이 됐다. '1박2일'이 장기간 결방하는 것은 KBS 파업을 제외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KBS는 당장 이번 주부터 '1박2일' 방송 시간에 대체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로 했다.

KBS는 "매주 일요일 저녁 '1박2일'을 기다리시는 시청자를 고려해 기존 2회 촬영분에서 가수 정준영이 등장하는 부분을 완전히 삭제해 편집한 후 방송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전면적인 프로그램 정비를 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KBS '1박2일'은 지난 2016년 한 차례 정준영의 '몰카'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정준영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금방 다시 복귀시켰으며, 이번 파문 후 당시 판단이 거센 비판을 받았다. 특히 당시 제작진은 정준영 자숙 기간에도 끊임없이 정준영의 복귀를 조장하는 연출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KBS는 "출연자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3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수사 당국의 무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출연 재개를 결정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게 출연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KBS의 이러한 조치에도 "너무 늦었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실 비판 여론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냥 방송을 재개하려고 한 것 아니냐. 재개해도 정준영만 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라며 "여론이 달라지니 심각성을 받아들인 것인데, 이러한 사고방식은 문제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3년 전에는 정준영이 무혐의 처분을 받아 해프닝처럼 지나간 부분이 있는데, 이제는 법적인 차원을 떠나 좀 더 윤리적인 차원의 잣대가 필요해 보인다. 방송사와 제작진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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