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엔 가끔 엄마한테서 페미니스트, 메갈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고2 큰아들 녀석이 지난해부터 가끔 내게 하는 말이다. "메갈? 그게 뭔데?"

1남 4녀의 막내딸인 난 자라면서는 남녀차별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결혼이란 걸 하고 나니 내가 내 친정 부모의 자식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명절에 어버이날, 심지어 삼일상간인 시어머니와 친정 아빠의 생신 때 가족 모임 또한 겹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친정엔 마음뿐 몸은 늘 시댁 우선으로 움직였다.

그러한 나 자신과 미안함이나 고마움보단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이는 (시)남편이 미워 내 마음은 물론 정신까지 공허했고 나는 무언가 하는 생각에 자존감마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곤 했다. 효자 아들이 모두 효자 사위인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만 효부 노릇까지 강요하는지… 눈물을 훔치며 가슴을 치며 반성했다. 어쩔 수 없단 미명하에 스스로 친정 부모를 후순위로 미루며 무심했던 내가 밉고 또 미워서. 그러니 나의 이러한 심정이 진정 페미니스트라면 이제라도 당당히 커밍아웃하고 몸과 마음을 다하여 내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나가리라. 명절과 어버이날, 생신에도 속으로 눈물 흘리지 않고 밝게 웃는 얼굴로 낳고 키워주신 내 부모님 은혜에 먼저 감사하리라.

엄미숙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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